"LH 직원들의 투기 문제로 국민들의 분노가 매우 크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총리가 연일 드러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 땅 투기 의혹에 격노하고 있는 가운데 "대형 비리는 수사해본 경험있는 검찰에 맡겨라"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0일 "대통령이랑 총리가 격노하면서 아무리 외쳐봤자 부대편성이 잘못되어 있는데 도대체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검수완박 같은 소리 하지 말고, 이런 대형 비리 수사해본 경험이 있는 검찰에게 맡겨라"라며 "윤석열 총장 말 들으면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격노한 정세균', '문대통령 격노한 땅투기' 제하의 기사들을 나열하며 "그리고 어디다 자꾸 격노를 자꾸 하는지 모르겠다"며 "자신이 뽑았던 LH사장 시절에 있던 일들이고, LH사장은 국토부 장관 만들어 놨으며, 본인이 영농경력 11년이라고 주장해서 농지법에 대해서는 광역 면죄부까지 준 사안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지율 떨어지니 열받겠지만, 격노는 그만 드러내고 그건 밤에 이불킥 하면서 풀고, 정말 필요한 부대를 빨리 편성해라"라며 "당신들은 격노의 주체가 아니라 격노의 대상이다"라고 직격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앞서 청와대 오찬 간담회에서 "개발을 담당하는 공공기관 직원이나 공직자가 관련 정보를 부당하게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공정과 신뢰를 바닥으로 무너뜨리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LH 직원들의 투기 문제로 국민들의 분노가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LH 투기 의혹에 대한 정부와 수사기관의 철저한 진상 규명 및 엄정한 처벌을 강조하는 지시를 여러번 내렸으나 직접적으로 비판의 메시지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LH 직원 투기사건과 관련 "확실한 책임추궁 없는 제도개혁 운운은 그냥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전 총장은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배경 없이 성실함과 재능만으로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아보려는 청년들한테는 이런 일이 없어도 이미 이 사회는 살기 힘든 곳"이라면서 "(공정해야 할) 게임의 룰조차 조작되고 있어 아예 승산이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런 식이면 청년들은 절망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이 나라 발전의 원동력은 공정한 경쟁이고, 청년들이 공정한 경쟁을 믿지 못하면 이 나라 미래가 없다"며 "어려울 때 손잡아주는 지원책도 필요하지만 특권과 반칙 없이 공정한 룰이 지켜질 거라는 믿음을 주는 게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역설했다.
한 검찰 수사관은 10일 익명 게시판에 "(9일) 경찰이 압수 수색에 들어갔는데, 한국토지주택공사(LH)만 가는 것 보고 역시나 싶었다. LH가 아니라 국토교통부를 압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쯤 경찰은 진주에서 압수해온 것 분석하면서 아무것도 없구나 할 것"이라며 "국토부 공공택지기획과 사업지구담당자 컴퓨터에 광명시흥 (신도시) 지구 도안이 1안부터 10안까지 엄청 많을 것이다. 이것 먼저 압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지도에 선 긋는 것에 따라 보상규모가 달라지고 수혜자가 달라진다. 2안에서 3안으로 바꿀 때 이쪽 임야 지역은 왜 넣었느냐, 중간결재는 어떻게 받았느냐 이렇게 (수사에) 들어가야 한다"면서 "지도 파일을 날짜별로 정리하고 토지 계약 날짜대로 정렬해서 매칭하면 전수조사를 안 해도 (투기 증거가) 좀 나올 것이다. 그러니깐 지금 사업지구담당자 컴퓨터에 수차례 수정된 그 사업 계획 지도를 받아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검찰 수사관이 이 같은 상세한 요청을 블라인드라는 앱에 연이어 게재하는 것은 현재 정부합동특별수사단에 검사 인력이 투입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신 현재 총리실을 중심으로 진행 중인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직원 대상 정부합동조사단에 부동산 수사 전문 검사를 1명 파견하기로 했다. 현재 총리실 부패예방추진단에 파견된 부장검사 1명이 정부 합동조사단에 참여하고 있다.
정부합동조사단장인 최창원 국무 1차장은 기자들과 만나 "특수본에 검사가 파견나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지금 수사는 경찰의 영역이기 때문에 경찰청 수사관 중심으로 하게 돼있다"고 설명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