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의혹' 광명시흥지구에 7만 가구…"서울 집값 잡기엔 한계"

입력 2021-03-10 16:17
수정 2021-03-10 16:18

여섯 번째 수도권 3기 신도시인 광명시흥지구가 부동산시장 안정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7만 가구에 달하는 확실한 주택 공급 신호를 전달했다”는 의견과 “단기적인 공급 효과는 미미하다”는 평가가 엇갈린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일부 직원의 광명시흥신도시 투기 의혹 확산으로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한 것도 부담이다. 예고된 주택 공급 대책 일정이 미뤄진다면 주택 수급 불안이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남권 최대 신도시 조성광명시흥지구에서는 3기 신도시 중 가장 많은 7만 가구가 공급된다. 1기 신도시인 일산(6만9000가구)보다 많다. 부지 면적은 광명·옥길·노온사·가학동 811만㎡, 시흥시 과림·무지내·금이동 459만㎡ 등 총 1271만㎡다. 서울 여의도의 4.3배에 달한다. 기존 1·2기 신도시를 통틀어도 동탄2(2400만㎡), 분당(1960만㎡), 파주 운정(1660만㎡) 등에 이어 역대 여섯 번째 규모다.


정부는 광역교통망 대책도 내놨다. 서울 도심까지 20분대로 접근이 가능하도록 철도 중심의 대중교통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핵심은 신도시를 남북 방향으로 관통하는 도시철도다. 지하철 1·2·7호선, 신안산선, 광역급행철도(GTX)-B노선 등과 연계해 서울 접근성을 크게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북쪽으로는 지하철 2호선 신도림역, 남쪽으론 고속철도(KTX) 광명역 및 신안산선 학온역으로 연결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철도망 구축이 마무리되면 여의도까지 20분, 강남역까지는 45분대에 이동할 수 있다. 구체적인 광역교통 개선 대책은 지구계획 수립 단계에서 확정될 예정이다.

쾌적한 주거환경을 조성할 방침이다. 먼저 여의도 면적의 1.3배(380만㎡) 규모 공원·녹지를 조성한다. 지구 내 목감천을 따라 길이 7.1㎞짜리 수변공원과 호수공원도 조성할 계획이다. 주변에 사업을 추진 중인 광명테크노밸리와 연계해 자족기능을 강화한다. 정부는 광명시흥지구를 서남권 거점도시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정부는 ‘2·4 부동산 대책’을 통해 신규 공공택지에서 26만3000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 광명시흥지구 등 10만 가구를 제외한 나머지 15만 가구 규모의 택지지구는 다음달 공개된다. 서울 접근성이 뛰어난 경기 하남 감북과 김포 고촌, 고양 화전 등이 주요 후보지로 꼽힌다. ○“서울 집값 불안정 계속될 것”전문가들은 광명시흥지구가 공급 확대 신호지만 서울 집값을 잡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광명시흥지구 지정을 마치고, 2025년부터 분양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입주는 2028년 이후 가능할 전망이다. 당장의 주택난을 해소하기는 힘들다는 얘기다.

신도시 입주 전까지 교통 계획이 완비될지도 미지수다. 아파트 수만 가구가 들어선 기존 1·2기 신도시도 교통망 구축 지연으로 ‘직주근접’이 되지 않아 서울로 쏠리는 주거 수요를 분산하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위례신도시다. 위례를 관통하는 트램인 위례선이 올 들어 착공했다. 2008년 위례신도시 광역교통 개선 대책에 처음 담긴 위례신사선은 착공도 하지 못하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 집값 안정화 측면에서는 직접적인 도움이 안 될 것”이라며 “경기 서부권 등 수도권 일부 지역의 주택 수요를 충족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LH 일부 직원의 광명시흥신도시 투기 의혹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된 것도 부담이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떨어지면서 광명시흥지구를 포함해 3기 신도시 개발이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관련 의혹을 해소할 때까지 오는 7월 시작되는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등 예정된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차 공공택지 추가 발표도 영향받을 가능성이 크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7일 열린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서 “4월 중 2차 공공택지 추가 발표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 신뢰가 땅에 떨어진 만큼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