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이 3기 신도시 지역 토지를 매입한 사실이 발각돼 국민적 공분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여당 국회의원의 어머니도 신도시 인근 땅을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어머니는 지난 2019년 3기 신도시 예정지인 광명 가학동 인근 땅을 매입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고위공직자 재산변동신고서에 따르면 양이 의원의 어머니 이모 씨는 지난 2019년 8월 경기도 광명시 가학동 산42번지(전체 9421㎡, 약 2850평) 중 66㎡(약 20평)를 지분공유 형태로 매입했다.
가학동은 지난달 24일 광명시 광명동, 옥길동 등과 함께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곳이다. 다만 이 씨가 매입한 부지 자체는 LH가 개발하는 신도시에 포함되진 않았다.
그러나 해당 지역이 3기 신도시 예정지 인근이라 일각에서는 이 씨가 개발정보를 알고 투자했을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논란이 불거지자 양이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최근 LH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 어머니께서 인근에 임야를 소유하고 계신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어머니께서는 주변 지인들께 투자가치가 있다고 소개받아서 같이 투자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홀로 댁에 계시다 보니 부동산 회사에 가면 사람들과 대화도 하고 대우도 받는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고 했다.
사실상 투자 목적으로 해당 임야를 구입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양이 의원은 "해당 임야를 비롯해 소유하신 부동산을 처분하기로 했다"며 "LH 사건으로 분노하고 계신 국민들께 죄송한 마음"이라고 했다.
앞서 민주당은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들의 3기 신도시 부동산 투기 사실이 밝혀질 경우 영구제명 등 무관용으로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민주당이 양이 의원에게 어떤 조치를 내릴 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여당 국회의원 가족도 '광명 신도시 투기' 의혹이 불거졌다"며 "'검경 합수부' 구성해 성역 없이 수사하라"고 요구했다.
최형두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LH 투기' 민심 이반에 놀란 정부 여당이 '전수 조사'를 하겠다더니, 민주당 소속 의원 가족의 광명 땅 투기 의혹까지 터져 나왔다"며 "거악(巨惡)을 수사하던 검찰을 배제하려던 이유가 '빙산의 일각'처럼 드러나기 시작한 총체적 투기 의혹이었나? 정부가 뒤늦게 국세청, 금융위원회 등이 참여하는 '합동조사단'을 꾸려 조사에 나섰지만, 범죄 피의자들에게 '증거 인멸 시간'만 벌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형두 대변인은 "여당 의원 가족의 투기 의혹마저 나온 마당에 '검경 수사권 분리' 운운하며 시간을 허비할 때가 아니다"라며 "자금 출처, 투기자금 흐름, 차명 투기 여부까지 수사 능력과 역량을 축적해 온 검찰을 투입해야 한다. 즉각 '검경 합동 수사본부'를 구성해 성역 없는 전면 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