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사상 최대 순이익...삼성전자 이어 법인세 납부 2위

입력 2021-03-11 11:26
수정 2021-03-11 13:48
한국은행이 지난해 사상 최대인 7조원을 웃도는 당기순이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순이익이 불어나면서 법인세로 사상 최대인 3조원가량을 납부해 삼성전자에 이어 법인으로는 가장 많은 세금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금융계에 따르면 한은은 2020년 당기순이익(법인세 납부후 기준)으로 7조3658억원을 기록했다. 2019년(5조3131억원)에 비해 38.6% 늘어난 규모다. 작년 순이익은 1950년 한은이 출범한 이후 최대다. 한은의 순이익은 2018년 3조2137억원, 2019년 5조3131억원으로 불어난 데 이어 이번에는 사상 처음 7조원을 돌파했다.

한은의 수익은 대부분 외화자산 운용수익에서 나온다. 통화안정증권을 발행해 조달한 자금을 바탕으로 시중에서 달러와 엔화, 유로화, 위안화 등 외화보유액을 확보한다.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말 4430억9812만달러에 이른다. 한은은 외환보유액으로 미 국채 등을 사들이거나 한국투자공사(KIC) 등에 맡겨서 운용수익을 거둔다.

지난해 국내외 채권 금리 하락(채권가격 상승)에 힘입어 유가증권매매 이익으로 적잖은 이익을 남겼다. 해외 주식도 오름세를 보이면서 상당한 차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지난해 5월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인 연 0.5%로 내려간 영향으로 통화안정증권 이자비용은 줄었다.

한은은 사상 최대 순이익을 거둔면서 2020년 법인세로 2조8000억원가량을 냈다. 법인세비용은 기업회계와 세무회계 차이로 실제로 국세청이 지난해 추징한 금액과는 차이가 있다. 한은은 2조8000억원의 법인세를 지난해와 올해 3,4월에 순차적으로 나눠 납부했다. 한은의 법인세는 2019년 1조815억원, 2020년 2조441억원으로 증가하고 있다.

한은의 지난해 법인세 규모는 삼성전자에 이어 국내 2위다. 삼성전자는 2020년 법인세비용으로 9조9372억원을 냈다. 이 회사는 2018년 16조8151억원, 2019년 8조6933억원 등을 기록하며 법인세 1위를 이어가고 있다. 한은은 2019년과 2020년에 법인세 규모 2위를 기록했다. 2018년에는 SK하이닉스(법인세 5조8010억원)에 밀려 3위를 나타냈다. 하지만 2019년과 2020년 SK하이닉스 법인세가 각각 3265억원, 1조4321억원을 내면서 한은의 납부 규모가 이를 웃돌았다.

올 들어서는 미 국채금리가 오름세(미국 국채값 하락)를 나타내는 데다 미 나스닥지수 등 증시 변동성도 커지는 만큼 한은의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은 예년 대비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그만큼 법인세 납부 규모도 변동폭이 커질 전망이다.

한은은 법인세를 빼고도 정부 국고로 환수한 금액이 5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법인세를 내고 남은 세후 당기순이익 가운데 30%는 한은법에 따라 법정적립금으로 쌓아둔다. 법정적립금은 한은이 손실을 내면 이를 충당하기 위해 적립하는 일종의 충당금이다. 법정적립금 외에 전체 순이익의 1~2%가량의 임의 적립금을 떼고 난 이후 순이익의 약 70%가량은 정부 세입으로 납부한다. 이 금액이 약 5조1500억원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