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가 찍고 8% 급락…'뱃멀미' 나는 HMM

입력 2021-03-09 16:07
수정 2021-03-17 18:54
해운사 HMM(옛 현대상선) 주가가 하루 만에 전일 종가 대비 20%에 육박하는 변동성을 보이며 출렁였다. 주가가 52주 신고가를 넘기며 급등하자 기관이 대거 차익 실현에 나선 영향이다. 전문가들은 이날 급락에도 낙관적인 의견을 내놨다. 최근 급등에 따른 조정일 뿐, 주가수익비율(PER) 4배에 불과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고려하면 상승 여력이 풍부하다는 분석이다.

9일 HMM은 8.82% 급락한 2만150원에 거래를 마쳤다. 단일 거래일 기준으로 작년 8월 18일(-11.23%) 후 최대 낙폭이다. 장 초반만 해도 분위기는 긍정적이었다. 오전 9시32분께 2만4050원으로 52주 신고가를 경신한 HMM은 오후 들어 전일 대비 -9.73% 급락한 이후 소폭 회복하며 거래를 마쳤다.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HMM 주식을 집중 매수한 기관이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기관은 이날 HMM 주식 143억원어치를 순매도하는 등 이달 들어 총 473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같은 기간 외국인이 551억원어치 순매수한 것과 대비된다.

한 펀드매니저는 “전체 포트폴리오를 축소해야 할 때 가장 수익이 높은 종목부터 분할매도하는 것은 자산운용의 대원칙”이라며 “기관은 지난해 HMM을 순매수(1141억원)한 유일한 주체이고, 기관 수급의 양대축인 투신과 연기금이 각각 펀드 축소와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이유로 매도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주가 조정에도 증권가에서는 더 오를 가능성이 많다는 의견이 나온다. HMM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컨테이너선 운임지표가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 기준으로 코로나19 이전(2019년 말 808포인트) 대비 3배 이상 오른 상태(지난 5일 기준 2721.94포인트)이고, 이에 따른 실적 및 밸류에이션 모멘텀이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HMM 주가는 단기간에 급등했지만, 실적 추정치는 이보다 큰 폭으로 올라 올해 실적 전망을 기반으로 한 PER이 4배에 불과하다”며 “3~4월에는 대규모 장기계약 체결을 앞둬 운임지수가 조정받더라도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투자증권은 8일 보고서를 통해 해운업종 비중 확대를 권고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