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부전동에서 경남 창원시 마산을 잇는 복선전철사업이 백지화될 위기에 직면했다. 본선터널(낙동1터널) 붕괴사고 처리가 장기화 하면서 사업자인 스마트레일에 돈을 빌려준 대주단(금융기관)이 대출금 회수를 추진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터널붕괴사고 원인 규명이 1년이나 지연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초기 사고대응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부전~마산 복선전철 민자사업 시행을 맡은 스마트레일 대주단은 지난달 기한이익상실 사유가 발생했다는 내용의 ‘준수사항 위반통지 공문’을 스마트레일 측에 발송했다. 기한이익상실은 금융기관이 채무자의 신용위험이 높아질 경우 대출금을 만기 전에 회수하는 것을 말한다. 스마트레일이 10일까지 기한이익상실 사유를 해소하지 않으면 대주단은 스마트레일과 국토교통부가 맺은 복선전철사업 관련 실시협약 해지를 요구할 수 있다.
대주단이 스마트레일에 문제를 제기한 것은 계약 시 약속했던 건설공사보험 연장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기존 보험업체는 본선터널 사고 원인 규명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스마트레일 측이 사고 관련 충분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등 신뢰에 문제가 있다며 건설공사보험 연장을 거절했다. 다른 보험회사 역시 보험 가입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레일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 건설사 관계자는 “참여 건설사들이 받아야 할 돈을 출자해 확보한 돈으로 새로운 보험회사를 찾기로 하면서 대주단도 당장 기한이익상실을 선언하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도 “계약상 언제든 기한이익상실을 선언할 수 있기 때문에 사업 불확실성이 매우 커졌다”고 말했다.
당초 지난달 준공이 예정됐던 이 사업은 지난해 3월 공사 중인 낙동1터널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하면서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시행사 측은 준공 일자를 예정보다 2년여 늦은 내년 말로 변경하겠다는 계획이다. 만에 하나 스마트레일 대주단이 기한이익상실을 선언해 실시협약이 해지되면 국토부는 처음부터 다시 새로운 사업자를 선정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사고조사가 지나치게 지연되고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고 조사는 스마트레일이 주도하고 있다. 사고 발생에 책임이 있는 사업자가 조사를 맡아 객관적인 상황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대사고인데도 국토부가 사고조사위원회조차 꾸리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최근 3년간 건설조사위원회가 구성된 중대건설현장사고의 조사기간은 2-4개월에 불과했지만 이번 사고조사는 1년가량 지연되고 있다.
한국터널환경학회는 한국지반공학회의 원인조사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시공과실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찬우 한국터널환경학회 부회장은 “설계 때 지반조건을 고려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느슨하게 지하수 유출관리기준을 정했다”며 “국토부가 벌점부과 등 즉각적이고 신속한 조치를 시행해 유사사고를 방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원인규명을 위해 연내 추가조사 용역을 시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