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연방대법원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사진)의 수뢰 혐의에 대한 실형 판결을 무효로 했다고 로이터통신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에지손 파킨 브라질 연방대법원 대법관은 이날 "쿠리치바시 연방검찰이 진행한 룰라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쿠리치바시 연방법원의 판결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룰라 전 대통령은 대형 건설업체의 편의를 봐주는 대신 뇌물을 받고, 돈세탁했다는 혐의 등으로 1심과 2심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2018년 4월 쿠리치바시 연방경찰에 수감됐다가 "2심 재판의 유죄 판결만으로 피고인을 수감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연방대법의 판결을 받아 2019년 11월 석방됐다.
룰라 전 대통령 사건을 담당한 검사와 판사의 담합 의혹이 이번 판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많다. 앞서 브라질에서는 세르지우 모루 전 연방판사가 검사들에게 룰라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거나, 판사와 검사들이 암호화 메신저를 통해 비밀 대화를 나눴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파킨 대법관은 "룰라 전 대통령은 수도 브라질리아의 연방법원에서 재심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실형을 선고한 원심이 취소되면서 룰라 전 대통령이 내년에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극우 포퓰리즘'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과 '실용주의 좌파'의 룰라 전 대통령의 2파전이 펼쳐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대선 전망에 급격한 변화가 생기자 브라질 경제가 요동치고 있다고 CNBC는 전했다. 이날 브라질 증시의 대표지수인 보베스파지수는 전날보다 3.98% 내린 110,611.58에 거래를 마쳤다. 헤알화 환율은 달러당 5.7779로 마감해 지난해 5월 이후 가장 약세를 보였다. 알프레도 메네지스 아머캐피탈 전무이사는 "룰라 전 대통령이 유력 대선 후보로 급부상했다"며 "현 정부가 경제 개혁을 포기하고 포퓰리즘 정책으로 완전히 기울어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망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