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9년 만주에서 태어난 그에게 부모는 다음엔 아들을 낳고 싶다며 ‘석남’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성균관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마흔 살까지 가정주부로 살았다. 경제적으로 아쉬움 없는 삶이었지만 가슴 한편이 허했다. 고민 끝에 잡은 것이 붓이었다. 여성을 주로 그려온 윤석남 화백(82) 이야기다.
윤 화백은 초기에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를 집중적으로 그렸다. 한국 근현대사의 질곡을 헤쳐온 여성의 삶을 고스란히 담았기에 세계 미술계가 그의 작품에 열광했다. 하지만 2015년 서양화에서 전통 방식의 채색화로 전환했다.
채색화가로 변신한 뒤 2018년 개인전에서 내놓은 작품이 ‘자화상’이다. 작가 활동 40년 만에 처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은 것이다. 성성한 백발, 얼굴에 가득한 주름을 애써 미화하지 않은 채 정면을 응시한다. 그리고 묻는다. 당신은 당신답게 살고 있나요?
여성의 얼굴을 직시하고 세상에 알리는 그의 작업은 현재진행형이다. 서울 삼청동 학고재갤러리에서 윤 화백이 그린 여성 독립운동가 14인의 초상전 ‘싸우는 여성들, 역사가 되다’가 열리고 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