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금리 상승으로 기술주가 조정받고 있지만 최근 주가 흐름을 보면 인플레이션 시기에도 기술주의 주가 흐름이 좋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과거에는 인플레이션 시기에 철강·화학·정유 등 경기민감주의 실적이 좋아졌지만, 이제는 기술주의 실적 개선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8일 미국 10년물 기대인플레이션율(BEI)이 상승한 연도에 MSCI 세계 섹터별 주당순이익(EPS)이 얼마나 증가했는지를 분석했다. BEI는 명목 국채 수익률에서 물가연동 국채 수익률을 뺀 것으로, 미래의 물가상승률을 가늠해볼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다. 하나금융투자 분석에 따르면 2012~2020년에 BEI가 상승한 연도의 연평균 EPS 증가율은 테크 분야가 10.4%로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 연평균 주가 상승률도 25.6%로 테크 분야가 압도적이었다.
같은 기간 소재(7.0%) 금융(3.8%) 경기소비재(2.9%) 유틸리티(1.6%) 산업재(0.9%) 에너지(-1.5%) 등 경기민감주의 연평균 EPS 상승률은 테크 분야에 한참 못 미쳤다. 이 기간 주가 상승률도 경기소비재(17.7%) 소재(15.8%) 산업재(13.9%) 금융(13.1%) 순으로 테크 분야보다 낮았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과거(2002~2011년) BEI 상승 국면에서는 경기민감 업종의 EPS 실적 개선 및 주가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컸지만, 최근(2012~2020년)에는 테크 업종의 EPS 및 주가 상승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경기 회복 국면에 반도체와 정보기술(IT) 부품 수요가 급증하면서 다른 산업보다 이익 증가율이 훨씬 더 높아지는 등 인플레이션의 수혜를 받는 업종이 과거와 달라진 것이다.
국내에서도 반도체와 IT 하드웨어 업종은 이익 추정치가 다른 업종에 비해 더 빠르게 상향 조정되고 있다. 반면 주가는 조정 국면에 들어서면서 PER 부담은 상대적으로 더 작아졌다. IT 하드웨어는 올해 최고점 기준 12개월 선행 PER 17.7배에서 현재 15.4배로, 반도체는 14.6배에서 12.9배로 하향 조정됐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