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권, 새 투자자산으로 뜬다

입력 2021-03-08 17:22
수정 2021-03-09 01:03
탄소배출권 시장이 높은 수익을 올리는 새로운 투자 자산으로 조명되고 있다. 미국이 파리기후협약 재가입을 추진하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글로벌 산업계의 화두가 되면서 탄소배출권 가치가 올랐다는 설명이다. 탄소배출권을 기반으로 하는 상장지수펀드(ETF)도 지난 6개월 동안 35% 넘는 수익을 올렸다.

8일 신영증권에 따르면 지난 5일 유럽연합(EU) 탄소배출권 거래시장에서 탄소배출권 가격은 사상 최고가인 t당 37.97달러에 거래됐다. EU는 전 세계 탄소배출권 거래의 90%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다. 지난해 탄소배출권 가격은 32.8% 상승했다. 올 들어서도 여타 위험 자산이 횡보하는 가운데 13%대의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탄소배출권의 가치 급등은 친환경 투자 관심 확대 및 EU의 규제 강화, 그리고 이에 따른 금융 자본 유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EU는 올해부터 탄소배출권 프로그램의 4단계에 진입해 배출 총량을 제한하고, 기업마다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유상 할당 비율을 상향 조정했다. 아울러 적극적인 기후변화 대응을 예고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전 세계 탄소배출권 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투자 수익률이 급등하자 금융 자본 유입도 본격화됐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탄소배출권에 투자한 전 세계 투자 기금은 230여 개로, 2019년 말 140개에서 64% 늘었다.

국내에도 한국거래소가 주관하는 탄소배출권 시장이 존재하지만, 아직 개인투자자에게 개방되진 않았다. 전문가들은 그 대안으로 미 증시에 상장된 탄소배출권 ETF를 추천한다. 관련 펀드 가운데 최대 규모 상품으로는 ‘KFA 글로벌 탄소 ETF(티커명 KRBN)’가 있다. 작년 7월 상장된 이 ETF는 유럽과 미 북동부, 캘리포니아 탄소배출권 시장의 선물지수를 추종하되 수익률 극대화를 위해 매니저가 포트폴리오를 직접 결정하는 액티브 ETF다. 상장 후 수익률이 39.51%에 달한다.

박수민 신영증권 연구원은 “기본적으로 KRBN은 원자재 ETF이기 때문에 매년 진행되는 월물 교체와 이로 인한 비용 문제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올해부터 본격 적용되는 파리기후협약과 세계 각국이 도입하고 있는 탄소 중립에 힘입어 탄소배출권은 중요한 투자 자산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