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다 했죠. 마음 맞춰 일하게 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하정우 네이버 AI LAB 연구소장은 2017년 6월 성낙호 네이버 클로바 CIC Biz AI 책임리더를 ‘오랜만에’ 다시 만났다. 네이버가 한창 AI(인공지능) 인력을 흡수하던 시기였다. 2년 먼저 네이버에 합류한 하 소장은 성 리더와 곧바로 의기투합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97학번 동기다.
학생 시절 서로를 기억하지 못한 이유는 걸어온 길이 워낙 달랐기 때문이다. 하 소장은 학부를 졸업한 뒤 곧바로 삼성SDS에 소프트웨어(SW) 엔지니어로 입사했다. 경남 거제도에서 선박 건조 시스템을 개발하며 2년간 일했다. AI계로 뛰어들게 된 것은 학부 시절 은사인 장병탁 서울대 AI연구원장의 권유였다. 그는 “개발자로서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해봤을 때, 머신러닝에 비전이 있다고 느꼈다”고 했다.
성 리더는 20여 년간 게임업계에서 경력을 쌓았다. 1997년 학교 친구와 창업한 게임회사가 계기였다. 이후 네오위즈의 계열사였던 (주)레드덕, 국내 대표 게임사인 엔씨소프트에서 일했다. AI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엔씨소프트에서 일할 때였다. AI의 기능을 올리는 ‘강화 학습’ 모델을 개발한 것이 네이버 관계자들의 이목을 끌어 둥지를 옮겼다.
두 AI계의 ‘젊은피’가 설명하는 네이버는 경력과 학위를 중요시하지 않는다. 해외 유학 경험은 물론 AI 연구자들이 기본처럼 생각하는 박사 학위도 요구하지 않는다. 하 소장은 “내부에는 석·박사 학위는 고사하고 컴퓨터공학을 전공하지 않은 학사 출신도 흔하다”며 “역량만으로 365일 상시 채용한다”고 밝혔다.
2018년에는 고등학교 재학 중인 학생을 인턴으로 뽑아 AI 연구에 합류시키기도 했다. 하 소장은 “당시 한 학생이 시각장애인에게 보도와 차도를 구별해주는 AI를 개발해 주목받았는데, 고교 3학년으로 올라가던 겨울에 네이버와 함께 일했다”고 했다. 이 일화는 당시 개발자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됐다.
네이버 AI 기술의 자랑으로 꼽히는 ‘이미지 생성 신경망 스타겐(StarGAN)’도 석사과정 연구원 작품이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성 리더는 “오로지 실력과 성장 가능성만을 따지는 게 우리 조직이라고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