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사 "투자비 낼테니 반도체 달라"…파운드리업체는 공장 신·증설 '속도'

입력 2021-03-08 17:37
수정 2021-03-09 01:59
최근 삼성전자, TSMC 등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들이 공장 신·증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게임기 스마트폰 자동차 PC 등에 들어가는 반도체 수요가 커지면서 “제품을 최대한 빨리 생산해달라”는 고객사들의 주문이 쏟아지고 있어서다.

일부 고객사는 “투자비의 3분의 1을 부담할 테니 신설 라인에서 우리 제품을 생산해달라”며 ‘입도선매’를 시도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4위(2020년 4분기 기준) 파운드리 업체인 미국 글로벌파운드리는 올해 미국 몰타, 독일 드레스덴, 싱가포르에 있는 3개 공장에 14억달러(약 1조60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내년까지 12~90나노미터(㎚·1㎚=10억분의 1m) 공정 기반 반도체 생산을 늘리기 위한 목적이다.

투자금의 약 30%는 고객사로부터 충당할 계획이다. 토머스 콜필드 최고경영자(CEO)는 로이터통신에 “투자금의 3분의 1은 공급량 증대를 원하는 고객사로부터 나오게 될 것”이라며 “올해는 생산량이 13% 증가하고 내년엔 20% 늘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파운드리는 뉴욕 몰타공장 인근 부지에 파운드리 신공장을 세우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 대만 TSMC는 당초 120억달러(약 13조6000억원)로 예정된 미국 애리조나공장 투자 금액을 세 배 수준인 360억달러(약 41조원)로 늘릴 것이란 관측이 대만 매체에서 나오고 있다. 웨이퍼 투입량 기준 월 2만 장으로 예정했던 생산량을 월 10만 장까지 올리기 위해서다.

삼성전자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미국 뉴욕, 애리조나, 텍사스를 후보지로 두고 파운드리 공장 신·증설을 위해 지방 정부와 협의 중이다. 1998년부터 파운드리 공장을 가동 중인 텍사스 오스틴시엔 170억달러(약 19조원) 투자 계획을 전달하고 인센티브 관련 협상을 하고 있다. 여기엔 ‘20년간 8억547만달러(약 9000억원) 규모 세금을 깎아달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오스틴시가 유력 후보지로 꼽혔지만 지난달 한파에 따른 전력·물 공급 불안 때문에 삼성전자가 신중한 입장으로 돌아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국 지방 정부들과 인센티브 관련 논의를 하고 있다”며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곳을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