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사 끌어당기는 위버스…팬 커뮤니티 '통일'하나

입력 2021-03-08 17:08
수정 2021-03-09 00:29

국내 엔터테인먼트사들이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로 몰리고 있다. 지난 1월 YG엔터테인먼트의 합류 선언에 이어 8일에는 AOA와 씨엔블루 등이 소속된 FNC엔터테인먼트도 위버스에 소속 아티스트들을 전원 입점시키기로 했다. 다른 중소 엔터사들도 앞다퉈 위버스 합류를 타진할 것으로 예상돼 빅히트가 엔씨소프트 등 경쟁자를 제치고 국내 시장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러브콜’ 쏟아지는 위버스 FNC는 이날 “글로벌 K팝 아티스트를 육성하기 위해 소속 아티스트들을 모두 위버스에 입점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올해 순차적으로 위버스에 입점하며 구체적인 팀별 합류 일정은 추후 공개된다. FNC는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각각 피원하모니와 체리블렛의 팬 커뮤니티를 위버스에 개설했다. 업계 관계자는 “개설 이후 두 그룹의 앨범 판매가 증가하는 등 위버스 참여 효과가 검증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업계는 FNC의 합류를 신호탄으로 중소 엔터사들의 ‘위버스 집결’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팬 커뮤니티 플랫폼은 팬덤의 외연을 넓히고 부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매력적인 수단이다. 하지만 자체 플랫폼을 만들고 유지하려면 정보기술(IT) 관련 대규모 투자가 필수적이다. 빅히트가 지난 1년 새 거액을 들여 네이버와 카카오 직원 중 최소 100명 이상의 인력을 영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비용을 감당하기 힘든 중소 엔터사로선 효과가 검증된 기존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효율적이다. 지난해 10월 선미(어비스컴퍼니)와 위클리(플레이엠엔터테인먼트) 등이 위버스에 입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선화 KB증권 연구원은 “위버스는 글로벌 팬 커뮤니티 플랫폼 중 최다 월간 이용자수(MAU)를 보유하고 있다”며 “방탄소년단(BTS) 등 참여 아티스트들의 지식재산권(IP)이 풍부해 발전 가능성이 높은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빅히트의 사업 구조 고도화가 시작된 만큼 기업의 중장기적인 성장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블랙핑크·빅뱅도 입점 전망블랙핑크와 빅뱅 등 YG 소속 인기 아티스트들이 올해 위버스에 입점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위버스의 독주는 더욱 굳어질 전망이다. 뚜렷한 경쟁자도 없다. 지난 1일 엔씨와 CJ ENM이 손잡고 서비스를 개시한 ‘유니버스’는 소속 아티스트들의 인지도와 영향력 면에서 방탄소년단을 보유한 위버스와 맞대결하기엔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SM도 공식 발표는 없지만 추후 위버스 합류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SM은 지난해부터 자체 팬 커뮤니티 플랫폼 ‘리슨’을 네이버의 플랫폼 ‘브이라이브 팬십’으로 이전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데, 지난 1월 네이버가 자사 서비스를 위버스와 합치기로 했기 때문이다. JYP는 팬 커뮤니티 플랫폼에 공식적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JYP와 네이버의 협업 관계를 고려하면 추후 위버스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빅히트가 과감한 투자를 통해 팬 커뮤니티 플랫폼이라는 사업 모델을 정착시키면서 크게 앞서나가는 모양새”라며 “다만 아티스트들의 배치 순서 등 팬덤 간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리스크를 잘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