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골프(PGA)투어 아널드파머 인비테이셔널을 제패한 ‘괴력의 장타자’ 브라이슨 디섐보(28·미국)의 성공 배경에는 끝없는 실험정신이 있다.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해 ‘필드의 물리학도’라는 별명이 있지만 파격적인 실험을 많이 하다 보니 ‘미치광이 과학자’로 불릴 정도다.
미국 골프위크에 따르면 8일(한국시간) 막을 내린 이 대회에서 디섐보가 사용한 ‘코브라 킹 LTD 드라이버’의 로프트는 7.5도였다. 샤프트 길이는 45.75인치였다. 일반적인 프로골퍼의 드라이버 스펙은 8~9도의 로프트, 45인치의 샤프트로 구성돼 있다.
디섐보는 지난해 US오픈에서 우승할 때 로프트 5.5도의 드라이버를 가지고 나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또한 더 멀리 치겠다며 47.5인치의 긴 샤프트를 시험해 주목 받았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디섐보는 “정확도에 더 초점을 맞춰 샤프트 길이가 짧은 대신 헤드가 무거운 드라이버를 들고 나왔다”고 했다.
아이언도 남들과 다르게 구성한다. 17세 때 길이가 같은 아이언을 직접 만들어 쓴 그는 프로 데뷔 후에도 ‘원 랭스 아이언’을 고수하고 있다. 그가 이번주 들고 나온 아이언은 코브라의 ‘킹 포지드 투어 원 랭스 아이언’이다.
웨지는 아티잔 제품을 쓴다. 아이언과 웨지 길이는 37.7인치로 모두 같다. 그는 “아이언 길이가 모두 같으면 공을 놓는 위치와 어드레스 각도가 다 같아 공을 치기도 훨씬 쉽다”고 평소 강조한다.
퍼터는 대중에겐 잘 알려지지 않은 ‘시크(SIK)’라는 브랜드의 투어 선수 전용 시제품을 사용한다. 퍼팅 때 볼의 윗부분과 아랫부분 어느 곳을 치더라도 일관된 발사각을 그려내도록 페이스를 복층으로 설계한 특허 제품이다. 공은 타이거 우즈(46·미국)와 같은 브랜드인 브리지스톤 제품을 쓴다. 다만 투어B XS 모델을 쓰는 우즈와 달리 디섐보는 투어B X 모델을 사용한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