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례법 등에 따라 진행된 궐석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더라도 피고인이 스스로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재심청구를 하지 못했다면 다시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0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인터넷 번개장터 게시판에 ‘시중에 유통되는 상품권을 35% 상당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그리고 연락온 피해자들에게 “대금을 먼저 송금하면 한 달 정도 뒤 약속한 상품권을 배송하겠다”는 취지로 거짓말을 했다.
A씨는 당시 새로운 구매자로부터 정가보다 35% 할인된 대금을 받고 자신은 해당 상품권을 정가에 구입해 기존 구매자에게 공급하는 속칭 ‘돌려막기’ 방식으로 상품권 판매를 계속하고 있었다. 이미 채무도 과다하게 누적된 상태였다. A씨는 2018년 21명에게 2611만원을 송금받아 편취했고, 비슷한 시기 또다른 5명에게 560여만원을 받아 챙겼다.
A씨가 참석하지 않고 진행된 1심에서 재판부는 A씨가 상품권을 공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이에 징역 10개월과 피해자 8명에게 각 32만~195만원씩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검사측이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도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1심의 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거나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며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책임을 질 수 없는 사유로 불출석한 상태에서 특례규정을 적용해 피고인에 대한 유죄판결을 선고했고, 원심도 피고인이 책임을 질 수 없는 사유로 불출석한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해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 만큼, “A씨에게 재심청구의 사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소송 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제23조의2 제1항)에 따르면 유죄판결을 받고 그 판결이 확정된 자가 책임을 질 수 없는 사유로 공판절차에 출석할 수 없었던 경우, 그 판결이 있었던 사실을 안 날로부터 14일 이내(재심청구인이 책임을 질 수 없는 사유로 위 기간에 재심청구를 하지 못한 경우에는 그 사유가 없어진 날부터 14일 이내)에 제1심 법원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돼있다.
이에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한다”고 판결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