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3기 신도시 사전 투기 의혹이 선거를 앞둔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다. 여당은 선거를 한 달 남짓 앞두고 터진 악재에 철저한 규명을 약속하며 ‘성난 민심 달래기’에 집중하고 있다. 반면 야당은 투기 의혹 조사 주체에 검찰, 감사원 등이 빠진 점을 지적하며 “부실 조사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하고 있다.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7일 국회에서 논평을 내고 “민주당은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에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며 “의혹을 철저히 조사하고, 가차 없는 처벌을 통해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당 소속 모든 국회의원과 보좌진,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및 가족의 3기 신도시 토지거래내용을 조사하겠다는 방침이다. 특별법을 제정해 투기이익을 환수하겠다는 주장도 나왔다. 양향자 민주당 최고위원은 “정부·여당은 이번 사태 해결에 정권의 명운을 걸겠다”며 “확인된 투기 이익은 필요하다면 특별법이라도 제정해서 국고로 환수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가 보궐선거에서 반여당 정서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개별의원부터 지도부까지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동시에 “부동산 투기 문제는 정쟁의 문제가 아니다”며 화살을 야당에도 돌렸다. 신 대변인은 이날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의 부동산 비리 의혹을 함께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상대방에 대한 비난으로만 일관할 게 아니라 소속 의원들에게 제기된 부동산 및 건설 부정부패 의혹에 대한 단호한 대처로 부동산 적폐 청산에 함께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야당은 정부가 이번 사태에 대한 조사 주체에서 검찰과 감사원을 배제한 점을 거론하며, 관련 의혹을 뭉개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은 왜 철저 조사를 외치면서도 LH 비리를 감사원에 맡긴다든지, 검찰 수사를 요구한다든지, 국정조사에 나서지 않는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LH 사장 출신인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LH 투기 비리의 책임자”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의 반대, 여론의 비판을 무릅쓰고 임명한 정권 실세인 변 장관이 저렇게 버티는데, 어느 누가 감히 수사의 칼날을 제대로 들이대겠느냐”고 했다.
검사 출신 김웅 국민의힘 의원도 “문재인 정권 부동산 투기 수사에 결국 검찰과 감사원이 배제됐다”며 “잔챙이들만 ‘마녀재판’을 받고 진짜 괴물들은 버닝썬처럼 다 빠져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공적 정보를 도둑질해 부동산 투기를 하는 것은 망국의 범죄”라며 “시간을 끌면 증거 인멸 우려가 커 즉각 대대적인 수사를 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윤 전 총장은 돈의 흐름을 추적해 실소유주를 밝혀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