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뒤 하나금융 회장은…'함·박·이' 3파전

입력 2021-03-05 17:20
수정 2021-03-12 18:28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임기 만료가 1년으로 정해지면서 차기 회장 후보들의 각축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하나금융의 ‘2인자’ 함영주 부회장이 가장 강력한 후보로 꼽히는 가운데 각각 하나은행과 하나금융투자의 최고경영자(CEO)로 내정된 박성호 부행장과 이은형 하나금융 부회장의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전망이다. 석 달 전 ‘막내 부행장’이던 박성호
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 계열사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김정태 회장에게 임기를 1년으로 하는 3연임을 허용하면서 계열사 11곳의 CEO를 결정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새로운 인선에서 주력 계열사인 하나은행과 하나금융투자의 수장이 교체됐다”며 “‘포스트 김정태’ 시대를 이끌어갈 후보군을 수면으로 드러낸 인사”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7월 부행장으로 승진한 박성호 부행장은 8개월 만에 하나은행장 자리에 오른다. 이달 말 주주총회를 통과해야 하지만 낙마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는 게 하나금융 안팎의 분석이다.

박 부행장은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6명의 부행장 가운데 가장 ‘말석’에 앉았다. 인도네시아 하나은행장을 지낸 뒤 하나은행 자산관리(WM)그룹장으로 옮기며 부행장 명단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박 부행장의 초고속 승진은 예견된 면이 있었다. 차기 회장 최종 후보(쇼트리스트)에 김 회장과 함께 이름을 올리면서 지성규 행장과 선임 부행장들을 제치고 사외이사들 앞에서 경영계획을 밝히는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박 부행장은 2015년부터 2년 넘게 하나금융지주 경영지원실장 겸 최고전략책임자(CSO)를 맡아 김 회장을 지척에서 비서실장 격으로 보필한 경력이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박 부행장은 평소 꼼꼼한 일 처리로 정평이 나 있고 윗사람에게도 할 말은 하는 강단을 보여줬다”며 “부행장이 되고 나서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와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 이후 어수선했던 자산관리그룹을 안정시키는 역할도 맡았다”고 했다. 하나금융의 정보기술(IT) 전문회사인 하나금융TI 대표를 지내기도 했다. 김 회장이 ‘삼고초려’한 이은형금융권에서는 하나금융투자 대표로 내정된 이은형 부회장을 ‘다크호스’로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인물이다.

이 부회장은 5개 국어에 능통한 글로벌 기업금융 전문가로 다국적 컨설팅 업체인 GCIG 총괄대표 시절 하나금융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해외 투자로 꼽히는 지린은행 투자 건을 주선했다. 2014년 중국 최대 민영 투자회사인 중국민성투자로 자리를 옮겨 미국 재보험사 시리우스를 22억달러에 인수(2016년)하고 미국 나스닥시장 상장까지 진두지휘했다.

김 회장은 “이 부회장을 ‘삼고초려’의 심정으로 영입했다”며 “(이 부회장의) 연봉이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한국에서 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설득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금 상황에서 차기 회장에 가장 가까운 인물로는 함영주 부회장이 꼽힌다. 채용비리 등 법률 리스크가 남아 있지만 부회장 임기를 1년 더 받은 것 자체가 ‘차기’를 의미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외환은행과 하나은행 통합을 주도하는 등 하나금융그룹을 일구는 데 공로가 적지 않기 때문에 법률 리스크가 어느 정도 해소된다면 차기 회장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