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3월05일(17:14)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흥아해운의 최대채권자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채무 변제 조건을 놓고 과도한 요구를 한다는 지적이 구조조정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5일 인수합병(M&A)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흥아해운 인수의향자인 장금상선 컨소시엄이 인수대금 900억원 가운데 선박금융채권 조기변제 금액으로 제시한 500억원 전부를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채권을 상환하는 데 써달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장금상선은 거영해운과 함께 흥아해운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흥아해운의 최대채권자(채권규모 약 1100억원)로, 흥아해운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이 투자한 선박 4척을 용대선하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자신이 보유한 선박금융채권 1100억원 중 500억원을 조기 변제해주면, 나머지 채권 일부를 탕감해주는 등 채무재조정에 동의하겠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장금상선 측이 제시한 500억원 변제금액 전부를 자신에게 갚아달라는 주장이다.
이는 나머지 채권단(산업은행·수출입은행·해양진흥공사)이 갖고 있는 총 700억원 가량의 선박금융채권은 조기변제를 포기하란 압박이나 다름없다. 나머지 채권단은 자신들의 채권 만기를 5~10년씩 연장해주는 것에 합의를 해주는 등 "흥아해운 회생"에 전향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포스코인터내셔널 때문에 협상이 지지부진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몽니는 앞서 지난해 흥아해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였던 STX컨소시엄이 선박금융채권 조기변제 금액으로 총 300억원 가량을 제시하면서, 이를 모두 포스코인터내셔널 채권에 조기변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던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STX컨소시엄과의 매각 협상이 무산되고 장금상선이 새로운 원매자로 등장한 이후 자신들의 채권액을 출자전환해 흥아해운 지분의 공동인수자로 나서겠다는 의사도 밝혔었다. 다만 만기가 제각각인 선박금융채권액을 확정시킬 수가 없어 출자전환이 어려운 데다, 모회사인 포스코가 해운업계 반발 등을 의식해 흥아해운 인수에 반대하면서 인수의사를 거둬들였다.
이에 대해 포스코인터내셔널 측 관계자는 "채무 조정 관련해서는 여러 안을 놓고 계속 협상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