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백신 이기주의'…EU도 팔짱만

입력 2021-03-05 17:02
수정 2021-03-06 01:00
이탈리아 정부가 자국에서 생산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수출에 제동을 걸었다. 올해 초 유럽연합(EU)이 코로나19 백신의 역외 수출을 통제한 이후 EU 회원국 중 처음 적용한 것이다. 코로나19 백신 확보가 각국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상황에서 지나친 ‘백신 이기주의’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현지 언론에 따르면 다국적 제약회사 아스트라제네카는 이탈리아에서 제조한 코로나19 백신 25만 도스(1회 접종분)를 호주로 보내려다가 이탈리아 정부로부터 저지당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이탈리아 정부의 제재 계획을 알고 있었지만 반대하지 않았다. 호주 정부는 이번 역외 수출 제재 해결에 EU 집행위가 개입해 줄 것을 촉구했다.

올해 초 EU 집행위는 제약사가 EU에서 생산한 코로나19 백신을 역외 수출하려면 현지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올해 초 아스트라제네카는 생산 차질 때문에 1분기 중 EU에 당초 약속한 백신 물량의 40%인 4000만 도스만 공급하겠다고 선언했다.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약속한 만큼 코로나19 백신 물량을 공급하지 못한 제약사를 제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기원 조사팀이 발표하기로 한 중간보고서를 파기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WHO는 코로나19가 최초로 발생한 지역으로 추정되는 중국 우한에 지난 1월 조사단을 파견한 뒤 지난달 최종보고서 공개 전 중간보고서부터 내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조사팀을 이끈 피터 벤 엠바렉 박사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기에는 요약본이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간보고서 파기 사실을 확인했다. WHO의 코로나19 기원 조사는 중국으로부터 충분한 협조를 받지 못해 부실하고 신뢰성이 약한 결과 도출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