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 분당 서현지구에 공공주택을 추진하려던 국토교통부가 '가짜 환경평가' 논란으로 주민들과의 소송에서 패소하자 대형 로펌인 법무법인 광장을 선임해 항소를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패소 자체가 이례적일 만큼 정부 추진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고 법원이 판단한 것이지만, 국토부는 이에 불복해 대형 로펌 선임에 혈세를 쏟아부어가며 주민들과의 소송전을 벌이는 모양새가 됐다.
1심에서는 연매출액 30억원 규모의 로펌을 선임했던 반면, 항소 과정에서는 매출액 3000억대 규모의 대형 로펌으로 주민들과의 소송에 나섰다. 세금으로 대형 로펌 '광장' 선임해 항소 나서5일 <한경닷컴> 취재 결과 국토부는 지난 3일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주민들과의 '서현공공주택지구 지정' 항소심을 앞두고 법무법인 광장을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했다. 1심 당시에는 법무법인 진성을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했었다.
국토부는 2019년 5월 '서현공공주택지구'(서현동 110 일원 24만7631㎡)를 확정·고시하면서 오는 2023년까지 2500여 가구의 공동주택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이 과정에서 2019년 2월 '성남서현 공공주택지구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내놓았다.
LH가 내놓은 평가서에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는 맹꽁이에 대해 "사업지구 외부 19m 떨어진 지점에서 조사됐다"며 "사업지구 내에는 분포하지 않아 직접적 영향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기술됐다.
"1심에서 패했기에 다른 논리 접근 필요"이에 주민들은 환경평가가 허위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별다른 조사를 하지 않더라도 일생 생활 속에서도 맹꽁이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는 것.
주민들은 국토부가 LH의 잘못된 환경 평가에도 공공주택지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2019년 7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맹꽁이 문제뿐 아니라 환경·교육·교통 분야에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박형순)는 지난달 10일 지역 주민 536명이 낸 공공주택지구 지정취소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패소한 국토부는 지난달 25일 항소를 결정했다.
주민들을 상대로 세금을 들여 대형 로펌을 선임, 항소에 나선 것이다. 법무법인 광장은 '8대 로펌' 중 하나로 꼽힌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 관계자는 "1심에서 패소했으니 다른 논리로 접근하고자 법률대리인을 바꾼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