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남의 것을 쓸 때 비용을 지불합니다. 세상에 공짜가 없진 않습니다만, 남의 재화와 서비스를 유료로 사용합니다. 돈을 빌릴 때는 어떨까요? 친구끼리 푼돈 거래를 한다면 공짜일 겁니다. 상대가 완전히 남이고 제법 큰 돈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는 요즘 다른 사람과 직접 돈거래를 잘 하지 않습니다. 은행이라는 매개를 주로 이용합니다. 은행을 통해 우리는 돈을 저축하기도 하고 빌리기도 합니다. 예금과 대출 때 우리는 이자를 받거나 이자를 냅니다. 우리는 일견 딱딱해 보이는 은행과 이자를 통해 안면이 전혀 없는 사람들과 거래를 합니다.
이자도 일종의 물건(돈)값이기 때문에 오르내립니다. 돈을 빌리는 경우, 개인과 기업들의 신용도와 평판에 따라서, 국내외 경제 상황에 따라서, 화폐량에 따라서, 정치 상황에 따라서 이자율이 변한다는 뜻입니다. 신용도(credit)가 높으면 위험 정도가 낮기 때문에 낮은 이자율을 적용받습니다. 반면 낭비가 심한 개인이나 실적이 나쁜 기업은 돈을 빌리기 어렵거나, 높은 이자를 내야 합니다. 이자율을 보면 개인과 기업의 진면목이 보이는 것이지요.
돈이 많이 발행되어서 시중에 풀려있다면 돈은 흔해질 것입니다. 흔한 것은 쌉니다. 이자율이 낮아지죠.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경제에서 이자율이 낮으면 개인과 기업들은 돈을 빌려 쓰려 합니다. 개인들은 돈을 빌려서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하려고 할 것이고, 기업들은 투자를 늘리려 할 겁니다.
반대로 이자율이 높으면 경제 주체들이 돈을 빌려 쓰길 꺼립니다. 이자율은 결국 돈을 원하는 수요와 돈을 내놓으려는 공급 간의 관계에 따라 정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자율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정하는 기준금리를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거 아시죠? 요즘 금리나 이자율과 관련한 핫 이슈는 ‘마이너스 금리’라는 것입니다. 이번 기회에 알아 두세요.
현대인은 이자를 당연히 합니다만, 인류 역사를 통해 보면 이자를 죄악시 했던 시절과 철학자, 문인, 종교인들이 많았습니다. 함무라비 법전은 이자를 받도록 허용한 반면, 아리스토텔레스와 셰익스피어는 이자와 고리대금업을 사악한 행위라고 했습니다. 아리스토렐레스는 돈이 돈을 낳을 수 없다고 했지요. 셰익스피어는 ‘베니스의 상인’에서 샤일록을 악마로 그렸습니다. 그 이론과 논쟁을 4,5면에서 더 다뤄 봅시다.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