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범LG가 반도체 기업 LB루셈, 코스닥 상장 시동

입력 2021-03-05 09:00
≪이 기사는 03월04일(05:02)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범LG 계열 반도체 제조사 LB루셈이 상반기 코스닥에 입성한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LB루셈은 거래소에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했다. 전체 상장 주식수는 2460만 주, 공모 주식수는 600만 주다. 상장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이 맡았다. 예정대로 상장 심사가 진행될 경우 상반기 중 거래소 승인, 공모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사는 디스플레이 구동 반도체를 주요 제품으로 생산하는 반도체 제조사다. 2004년 7월 LG와 일본 오키반도체가 합작해 설립한 회사로 전신은 루셈이다. 2017년 LB세미콘에 매각되면서 LB루셈으로 사명을 바꿨다. 당시 LG는 해외 기술 유출을 막고 부가 가치가 낮은 디스플레이 구동칩 후공정 사업을 정리하게 위해 매각을 단행했다.

경상북도 구미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TV와 모니터 등에 사용되는 평판디스플레이의 핵심부품인 반도체 구동칩(DDI)을 생산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주 고객사다.

최근 반도체 업황이 호황을 이어가면서 실적은 매년 20% 이상 성장세다. 지난해 매출 2098억원으로 전년 1697억원 대비 23.6% 증가했다. 당기순익은 155억원에서 171억원으로 10.3% 늘었다.

IB업계는 LB루셈의 기업가치를 3000억~4000억원 대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예상당기순익 200억원에 PER(주가수익비율) 15~20배를 적용했을 경우다. 최근 수요예측 경쟁률이 치열해지고 공모가가 높아지고 있어 상장시 시가총액이 5000억원대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코스닥에 상장한 반도체 후공정 업체의 PER이 30~50배까지 치솟았다는 점에서다. 지난해 11월 상장한 시스템반도체 테스트 기업 네패스아크의 경우 현재 시가총액 4700억원 대를 형성하고 있다. LB루셈의 모회사인 코스닥 상장사 LB세미콘의 PER도 20배 수준이다. LB루셈도 디스플레이용 반도체 후공정 업체로 분류돼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을 것이란 분석이다.

LB루셈이 약 5000억원 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는다면 LB그룹은 투자 대비 4배 이상의 자본 이익을 거두게 된다. LB세미콘이 3년 전 LB루셈의 지분 68%를 750억원에 인수할 당시만 해도 기업가치는 1100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범 LG가의 구주매출이 이뤄질지도 관심이다. LB그룹은 지주사 ㈜LB 아래 LB세미콘, LB루셈, LB인베스트먼트 등의 계열사가 있다. LB루셈의 모회사인 LB세미콘은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사촌 동생인 구본천 LB인베스트먼트 대표가 2대 주주다. 구 대표는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4남인 구자두 LB그룹 전 회장의 장남이다.

LB그룹은 2018년 벤처캐피탈 LB인베스트먼트의 상장을 추진했으나 시장 상황이 악화되면서 상장을 보류한 적이 있다. 이번 상장으로 LB그룹은 수백억원대 자금을 수혈할 수 있게 된다. LB루셈이 그룹 성장을 이끌 중심축으로 떠오를 것이란 전망이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