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급시그널' 보냈는데…10억 아파트에 9만명 몰렸다

입력 2021-03-05 09:14
수정 2021-03-05 09:17
정부의 지속적인 '공급시그널'에도 내 집 마련을 하겠다는 수요자들은 '관망' 보다는 '청약'에 나서고 있다. 서울 아파트 청약에 9만명 이상이 몰렸다. 옵션까지 포함된 분양가가 9억~10억원대였지만, 그럼에도 '싸다'는 인식에 청약자들이 쇄도했다. 정부가 2·4부동산대책을 내놓고, 지난 24일에는 10만가구의 공공택지까지 발표했지만 열기를 진정시킬 수는 없었다.

5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고덕강일1지구 1블록에 조성되는 '고덕강일 제일풍경채'의 1순위 491가구 모집에 7만3769명이 몰려 평균 150.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앞서 진행된 특별공급에도 289가구 공급에 2만1018명의 청약자가 몰렸다. 1순위·특별공급을 합쳐 총 9만4788명이 청약한 셈이 됐다. 수도권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에 적용되는 최대 5년의 실거주 의무를 피한 단지여서 관심이 높았다.

27개에 달하는 주택형 모두 마감됐고, 대부분이 세 자릿수 경쟁률을 나타냈다. 최고 경쟁률은 추첨물량이 배정되는 전용 101㎡A에서 나왔다. 1만1821명이 몰리며 최고 경쟁률인 629.8대 1을 기록했다. 101㎡의 분양가가 9억5640만∼10억8660만원으로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한 타입이다.

고덕강일 제일풍경채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2430만원이었다. 전용 84㎡는 8억1470만∼8억9990만원으로 중도금 대출이 가능하지만, 발코니 확장비와 각종 옵션을 더하면 9억원을 훌쩍 넘게 된다. 그럼에도 주변 아파트 시세와 비교하면 분양가가 수억 원 낮은 수준이다보니 청약자들이 몰렸다.

앞서 서울에서 첫 분양된 광진구 자양동 '자양 하늘채 베르'는 27가구를 모집하는 1순위에 9919명이 신청해 평균경쟁률 367대 1을 기록했다. 전용면적 46㎡A(13가구)와 46㎡B(14가구)에 각각 5274명, 4645명이 신청해 경쟁률이 405.7대1, 331.8대 1로 집계됐다. 3.3㎡당 일반분양가는 평균 2580만원이었다. 전용 46㎡의 분양가는 5억1000만원대 수준이었다. 일반분양과 특별공급을 합쳐 1만4755명이 이 단지에 청약했다.

김병기 리얼하우스 분양평가팀장은 "정부가 2·4대책에서 내놓은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과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등은 사실상 입주권(우선공급권)을 인정하고 있지 않다"며 "입주권 매입이 어려워진 주택수요자들은 결국 분양시장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