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학교 2학년이 된 고려대생 이성엽 씨(20)는 ‘동아리’라는 단어가 낯설기만 하다. 지난해 수업이 대부분 비대면으로 이뤄지면서 학내 활동도 함께 멈췄기 때문이다. 이씨는 “2학년이 되면 야구 동아리를 꼭 해보고 싶었는데 올해도 집에만 있어야 할 판”이라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대학 생활의 꽃’으로 불리는 동아리 활동이 사실상 실종됐다. 신학기가 시작됐지만 여전히 총학생회를 꾸리지 못한 학교도 상당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캠퍼스 낭만’ 동아리 위축4일 대학가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대학들은 코로나19 확산세에 따라 동아리 활동을 자제하거나 거리두기를 준수하면서 진행하라는 조치를 내리고 있다. 대부분의 동아리 활동이 비대면 방식이나 ‘쪼개기’ 형태로 대체됐고 학교 내 공연 및 연습시설 등 동아리 시설은 이용이 불가능해졌다.
서울대 동아리연합회 비상대책위원장 김희지 씨(25)는 “공연·예술 동아리들은 학내 공연장과 연습실이 폐쇄돼 장소를 따로 구해야 하고 봉사 동아리는 봉사 현장이 문을 닫거나 지원금을 받는 데 어려움이 따르는 등 활동 중심의 동아리들의 고충이 크다”고 말했다.
동아리 활동이 막히면서 학생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코딩 동아리 부원인 유현욱 씨(중앙대·22)는 “수업을 마치고 항상 동아리방에 가서 선배들과 어울리곤 했는데 이젠 떠들썩한 동아리방은 추억이 됐다”고 토로했다.
일부 대학에서는 신입부원 모집을 위한 온라인 홍보에 각종 아이디어를 내기도 한다. 중앙대는 지난달 20일 동아리박람회 사이트를 개설했다. 중앙대 관계자는 “동아리를 쇼핑처럼 팔아보자는 생각으로 온라인 홈쇼핑 플랫폼을 활용해 동아리 활동을 설명하고 동아리 상품(굿즈)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홍보하고 있다”고 했다.
연세대 총동아리연합회 비대위는 ‘개더 타운’이라는 홍보 플랫폼을 구상하고 있다. 가상공간 플랫폼에 캠퍼스를 구현한 뒤 실시간으로 동아리 박람회를 연다는 계획이다. 총학생회도 곳곳이 공석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정책을 집행해야 할 총학생회 역시 곳곳이 ‘공석’이다. 서울 주요 대학 14곳 가운데 총학생회를 꾸리지 못한 곳만 6곳이다.
서울대, 고려대, 이화여대, 서강대의 경우 지난해 투표율 미달, 후보자 사퇴 등의 이유로 총학 선거가 무산되면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한양대는 2018년 이후 3년간 비대위 체제를 이어오고 있다. 서울시립대는 지난해 당선된 학생회가 비대위체제로 전환해 운영하고 있다. 한국외국어대는 총학이 운영되고 있지만 2020학년도에 선출된 총학 임기를 임시로 연장했다. 작년 선거를 거쳐 총학이 꾸려진 대학은 연세·성균관·중앙·경희·건국·동국·홍익대 등이다.
총학이 구성되지 못한 대학들은 이달 보궐선거를 치를 예정이다. 한양대는 이날까지 예비후보 모집을 마감하고 이달 말 보궐선거를 치르기로 했다. 지난해 후보자가 나오지 않아 총학 선거가 무산됐던 서울대는 5일까지 예비후보 모집을 마감하고 이달 보궐선거를 할 계획이다. 고려대 역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보궐선거를 치를 계획이다.
등록금 반환, 비대면수업의 질 향상 등 대학 내 정책들에 대한 의견이 제대로 수렴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관계자는 “비대위 체제에선 주로 단과대 학생회장이 대표를 맡다 보니 정식으로 총학이 선출된 곳과 비교하면 업무 집행력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며 “총학생회가 학생들과 교류하는 시간도 코로나19 여파로 줄어들어 학생들의 관심이 예전 같지 않다”고 했다.
배태웅/최다은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