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광석 우리은행장(사진)이 1년 더 은행을 이끌게 됐다. 지난해 이례적으로 임기 1년짜리 행장에 취임한 데 이어 또다시 1년 임기를 받은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임기를 연속적으로 너무 짧게 부여하면서 단기 성과 위주의 경영을 부추기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리금융지주는 4일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차기 우리은행장 최종 후보로 권 행장을 추천했다. 임기는 1년이다. 오는 25일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확정된다.
자추위는 권 행장을 추천한 배경으로 △어려운 대내외 금융환경 속에서도 조직 안정과 내실을 기하고 있는 점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에 신속히 대응하고 있는 점 △영업점 간 협업체계를 도입해 영업력을 강화하고 있는 점 등을 꼽았다. 자추위 측은 “지난해 경영성과가 부진한 상황에서 올해 실적 회복이 중요하다는 점을 감안해 권 행장 임기를 1년 더 연장해 성과를 회복할 수 있도록 최종 후보로 추천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우리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조3632억원으로 전년 대비 9.5% 감소했다.
금융권에서는 권 행장이 또다시 1년 임기를 받은 것을 의아해하고 있다. 통상 2+1 형태로 3년의 임기를 주는 다른 대형은행과 비교해 1+1 형태로 임기를 부여하는 게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체제를 공고히 하는 차원의 인사라는 게 우리금융 안팎의 평가다. 손 회장은 우리은행장 시절 일어난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로 지난해 초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문책경고’를 받아 연임에 제동이 걸렸다.
그러나 법원에 낸 중징계 취소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서 지난해 3월 연임에 성공했다. 아직 리스크는 남아 있다. 손 회장은 최근 라임펀드 사태에 대해 ‘직무정지 상당(은행장 시절)’의 중징계를 사전 통보받았다. 2023년 3월 임기 만료인 손 회장의 재연임이 법률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권 행장에게 2년 임기를 주면 회장과 행장의 임기 만료가 겹쳐 지배구조의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은 증권사 같은 대형 계열사가 없어 사실상 우리은행 그 자체와 다름없다”며 “회장으로서는 행장의 역할을 장기적 전략을 수립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구상한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정도로 생각해 임기를 길게 해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소람/박종서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