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정규직 전환 '후폭풍'…공공기관 청년 채용 20% 줄어

입력 2021-03-04 17:29
수정 2021-03-05 01:20
공공기관의 청년 채용이 지난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영난에 무리한 정규직 전환에 따른 신규 채용 절벽이 현실화한 것이다.

4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청년고용촉진특별위원회의 ‘2020년 공공기관 청년고용의무제’ 심의·의결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기관 436곳에서 신규 채용한 청년(만 15~34세)은 2만2798명으로 2019년 2만8689명에 비해 20.4% 감소했다. 전체 정원은 38만5862명에서 38만7574명으로 1700여 명 늘었지만 청년 고용은 오히려 줄었다. 전체 정원 대비 청년 고용 비율은 7.4%에서 5.9%로 1.5%포인트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인천국제공항 등 공공기관이 기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청년 신규 채용을 줄인 데 따른 결과로 분석했다. 지난해 청년 고용 목표치 달성에 실패한 한국마사회가 단적인 예다. 코로나19로 매출이 크게 감소한 가운데 경마를 보조하는 직원 약 50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신규 채용 자체가 사라졌다. 지난해 마사회가 외부에서 새로 뽑은 직원은 단 한 명으로, 그마저도 청년이 아니라 경력직이었다.

청년 신규 고용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기관 수는 한국마사회 외에 한국가스공사, 공영홈쇼핑 등 67곳이었다. 공공기관 청년고용의무제는 청년고용촉진특별법 제5조에 따라 매년 정원의 3% 이상 청년 미취업자를 고용하도록 한 제도다. 달성하지 못하면 경영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