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좋은 소식이 전해졌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국에 맞서기 위한 ‘기술 동맹’ 구축 작업에 들어갔다는 보도다. 세계를 미국 중심의 ‘기술 민주주의’ 국가들과 중국이 주도하는 ‘기술 독재주의’ 국가들로 나누고, 기술 독재국가들에 대항하고자 동맹국과의 협력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미국의 움직임은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중국은 2015년 ‘메이드 인 차이나 2025’ 전략을 발표했다. 고부가가치 산업에서 0~30%인 기술 및 부품 자립도를 2025년까지 7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글로벌 제조 공급망에서 중국의 입지를 강화하고 신흥 기술로 도약해 외국 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줄인다는 의도도 담겼다.
중국의 계획은 정보기술(IT), 기계 및 로봇, 항공우주, 해양 장비와 최첨단 선박 등 10개 분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분야 연구개발(R&D)에 투입된 자금만 2018년 기준 수천억달러에 달한다. 중국에 역전당한 미국반면 미국은 멀뚱히 서서 구경만 하고 있는 모양새다. 2001년만 해도 미국의 연간 R&D 투자액은 중국보다 3000억달러 이상 많았다. 하지만 미국학술원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R&D 투자 규모가 처음으로 미국을 넘어섰다. 지난 20년간 중국 경제에서 R&D가 차지하는 비중이 세 배 이상으로 커졌다.
미국에 울리는 경고음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0년간 중국이 배출한 학사학위 취득자는 네 배 이상 급증했다. 현재는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의 학사 취득자를 합친 것보다 많다. 연간 배출되는 이공계 박사학위 취득자 수는 미국이 중국보다 많지만, 그 격차가 과거에 비해 크게 줄었다.
20년 전 미국 연구원들은 과학 및 공학 분야에서 중국의 네 배 규모에 달하는 논문을 쏟아냈다. 20년 전 2만 건도 안 됐던 중국의 특허 건수는 2018년 40만 건 이상으로 급증해 미국을 추월했다. 2007년까지만 해도 포천지 선정 글로벌 500대 기업 가운데 미국 기업 수가 중국보다 여섯 배 많았다. 하지만 2018년에는 중국이 미국을 거의 따라잡았다.
과학·기술 분야에서 미국의 지위가 흔들리는 현상을 두고 미국학술원은 “변곡점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미국이 시급히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세계적인 경제 및 군사 강국 지위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이제라도 미국이 잘해야"우선 바이든 행정부는 향후 4년간 연간 R&D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0.5%(약 1000억달러)까지 늘려야 한다. 늘어나는 지출의 상당 부분은 기초연구에 써야 한다. 기초연구의 대부분이 이뤄지는 대학에는 특허와 인허가 협약을 통해 지식재산권 소유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아울러 고급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연구에 뛰어든 대학원생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공립학교 교육을 개선하고 STEM 학위 취득을 희망하는 학부생을 더욱더 많이 배출해야 한다. 졸업 후 5년간 공립학교에서 STEM을 가르치기로 약속하는 대학생(연 1만 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미국은 지난 수십 년간 미래 투자에 성공적이지 못했다. 이제는 정말 잘해야 할 때다.
정리=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이 글은 윌리엄 갤스턴 WSJ 칼럼니스트가 쓴 ‘Stepping Up the Tech Fight Against China’를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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