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영업익 사상최대"…실적장세 힘 실릴까

입력 2021-03-04 17:29
수정 2021-03-12 18:12
국내 상장사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가 꾸준히 상향 조정되고 있다. 사상 최대 실적을 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산업별 온도차는 분명하다. 증권과 보험 등 금융 업종은 몇 달 만에 실적 전망이 급등했다. 반면 조선과 화장품 업종에서는 올 들어 영업이익 전망치가 절반으로 줄어든 종목도 나오고 있다. 유가 및 금리 상승, 증시 호황 등 거시경제 여건 변화가 만들어낸 변화다. 전문가들은 증시가 유동성 장세에서 실적 장세로의 전환을 앞두고 있다며 올 들어 실적 전망이 개선된 기업을 중심으로 투자전략을 짜라고 권하고 있다.

증권·디스플레이↑ 조선·화장품↓4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 컨센서스(추정치 평균)가 존재하는 국내 234개 상장사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184조8606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말 178조6166억원에서 3.5% 증가했다. 증권가에서는 상장사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를 기록한 2018년(177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올 들어 전체 상장사 이익 전망치 변화는 폭이 크지 않지만 종목별로는 뚜렷한 변화를 보였다. 차별화한 실적 모멘텀을 만들어내고 있는 업종은 증권과 보험 등 금융 업종이 대표적이다. 키움증권과 한국금융지주, NH투자증권은 올 들어 순이익 전망치가 각각 27.7%, 19.1%, 15.7% 급증했다. 증시 활황으로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입이 늘었고, 코스피지수 3000을 넘어선 증시 덕에 자기자본운용(PI) 부문 이익도 증가할 것이란 전망에 따른 것이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특별배당금으로 약 8000억원의 추가 배당수익을 받게 돼 올 들어 순이익 추정치가 30.4% 올라갔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2월 들어 주식시장 거래대금이 1월에 비해 23.1%가량 감소하며 실적 상향폭이 축소됐지만 여전히 작년 4분기에 비해 우호적인 영업환경”이라며 “위탁매매 의존도가 큰 기업보다는 자산관리(WM)나 투자은행(IB) 등 다변화한 수익구조를 가진 증권사가 유리한 환경”이라고 말했다.

디스플레이 산업에서는 공급 부족(쇼티지)이 이어지면서 생산능력을 그대로 갖추고 있는 업체들의 이익 전망치가 높아지고 있다. LG디스플레이가 대표적이다. LCD 부품 공급 부족으로 LCD TV용 패널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고, OLED TV 패널을 생산하는 중국 광저우 공장의 가동률이 예상을 뛰어넘으면서 영업이익 전망치가 올 들어서만 150.9% 급증했다. LG디스플레이 주가는 올 들어 22.37% 올랐다.

조선업과 화장품 등 일부 업종은 업황 부진과 대외 변수 등의 요인으로 눈높이가 급격하게 낮아졌다. 코로나19로 인한 수주 급감이 서서히 실적에 반영되고 있는 조선 업종에서는 대규모 실적 하향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HSD엔진과 한국조선해양, 현대미포조선은 작년 12월 이후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가 각각 88.5%, 27.6%, 13.3% 감소했다.

다만 조선은 수주 업종 특성상 올 들어 수주가 늘면 주가와 실적이 따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는 게 증권가의 평가다. 현대미포조선은 실적 급감에도 연초 신규 대규모 수주를 발표해 지난달 이후 주가가 23.43% 올랐다.

화장품은 내수와 수출 양면에서 기대치가 내려가고 있는 업종이다. 기초 화장품은 지난해 기저효과에 힘입어 선방하고 있지만 색조 화장품 중심의 사업구조를 가진 업체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코로나19와 이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및 마스크 착용 등으로 소비가 감소한 영향이다. 클리오와 애경산업은 각각 올해 실적 전망치가 13.0%, 18.7% 줄었다. 1분기 종료 전후로 실적 장세 진입증권가에서는 1분기 실적 시즌을 전후로 증시가 본격적인 실적 장세에 진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3000에서 정체되면서 시장을 이끌 수 있는 대형주보다는 차별화한 실적을 기반으로 상승할 수 있는 개별 종목으로 수급이 몰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금리 상승과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증시는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 및 외국인 자금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며 “유동성에 의한 상승을 이어온 대형주보다는 실적 측면에서 차별화가 이뤄지는 종목들이 증시 주도주로 올라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