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슐커피, 어떤 커피든 카피

입력 2021-03-04 17:11
수정 2021-03-05 15:11

커피의 역사는 단순화의 역사다. ‘어떻게 하면 최적의 맛과 향의 커피를 가장 간편하게 즐길 수 있을까’란 질문이 신비의 열매 커피 산업의 역사를 이끌었다. 에스프레소 기기, 프렌치 프레스, 핸드드립 기기, 에어로프레스 등 대중적인 커피 기기와 인스턴트 커피 등이 고민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캡슐커피도 그중 하나다. ○45년 역사의 캡슐커피 국내엔 대중화된 지 10년 안팎이지만 캡슐커피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다. 1976년 네스프레소가 처음 개발했다. ‘오리지널 네스프레소 캡슐’은 에스프레소 기기 없이도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고자 캡슐에 일정량의 분쇄된 커피를 담았다. 에스프레소를 추출할 때 커피 원두를 갈고 꾹꾹 눌러 담는 과정 등을 모두 단순화했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고온 고압으로 추출한 커피를 몇 초 만에 마실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초기엔 높은 가격 때문에 대중화되지 못했다. 시장이 열리기 시작한 건 2012년 5월 네스프레소 캡슐커피와 기기에 대한 모든 특허가 소멸되면서다. 일리 프란시스 큐리그 그린마운틴 등 경쟁 커피업체들이 각자 기술로 캡슐 기기를 출시했고, 네스프레소 호환 캡슐과 저가 기기들까지 쏟아져 나왔다. 캡슐커피 기기의 세계 판매량은 2008년 180만 대에서 2018년 2070만 대로 급증했다. 미국 가정의 40% 이상, 영국 가정의 30% 이상이 캡슐커피를 마신다. 국내 캡슐커피 수입량도 2014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평균 15% 이상 증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은 국내 캡슐커피 시장을 키운 기폭제가 됐다. 지난해 캡슐커피 기기 판매량은 주요 온라인 마켓에서 100% 이상 급증했다. 캡슐커피 판매량도 50% 안팎 늘었다. 던킨의 캡슐커피 판매량은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4배 이상 증가했다. ○네스프레소와 돌체구스토는 형제네스프레소는 오리지널과 버츄오 2가지 시스템으로, 각 커피에 맞게 캡슐 용기에 원두를 분쇄한 커피를 담아 커피를 추출한다. 압력을 가해 에스프레소와 룽고를 추출하는 오리지널과, 회전 추출로 40~414ml 의 5가지 스타일의 커피를 추출하는 버츄오가 있다.

5g의 분쇄커피를 담은 캡슐용기에 압력을 가해 40mL의 에스프레소를 추출한다. 일반적인 에스프레소보다 적은 양의 커피로 더 많은 에스프레소를 추출한다. 캡슐커피의 구조는 캡(상단), 필터(상하부), 바스켓으로 나뉘는데 바스켓의 하단부로 물이 투입돼 상단부로 추출된 커피가 나온다. 네스프레소는 28가지 오리지널 커피와 29가지 버츄오 커피 등 57가지 맛을 선보였다.

돌체구스토는 네스프레소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네슬레가 만든 또 다른 캡슐 브랜드다. 돌체구스토 캡슐에는 네스프레소의 두 배인 10g의 커피가 담긴다. 캡슐의 용량이 늘어나 다양한 시도도 가능해졌다. 돌체구스토에서는 녹차라테와 핫초코 등 다양한 음료를 캡슐로 즐길 수 있다. ○집에서 즐기는 수백 가지의 맛 간단한 재료로 캡슐커피를 더 고급스럽게 즐길 수 있는 레시피도 많다. 네스프레소 버츄오 기기를 갖고 있다면 진한 맛의 ‘더블 카푸치노’를 맛볼 수 있다. 커피잔에 ‘비앙코 레제로’ 캡슐 1개를 더블 에스프레소(80mL)로 내린 뒤 거품 낸 우유 120mL를 올리면 된다. ‘월드 익스플로레이션 부에노스아이레스 룽고’ 캡슐 1개(110mL)를 내린 뒤 카페오레 우유 거품을 만들고, 연유 25g을 더하면 달콤하고 쌉싸름한 커피가 완성된다.

시나몬스틱과 시나몬파우더 약간, 갈색 설탕 한 스틱이 있으면 ‘월드 익스플로레이션 스톡홀름 포티시오 룽고’ 캡슐의 맛이 살아난다. 오리지널 기기에서 커피 110mL를 내린 뒤 시나몬스틱으로 잘 저어 1분간 우렸다가 빼내고, 시나몬파우더를 약간 뿌리면 계피향이 솔솔 올라오는 ‘스톡홀름 시나몬 블랙’이 만들어진다.

스페셜티 커피 마니아들에게도 캡슐커피는 오아시스와 같은 존재다. 던킨, 배스킨라빈스, 동서식품, 할리스, 폴바셋, 이디야커피, 투썸플레이스 등은 자사의 대표 원두를 캡슐로 만들어 판매한다. 커피앳웍스는 볶은 지 14일 이내의 신선한 스페셜티 커피 원두로 캡슐을 만든다.

네스프레소는 기존 캡슐커피의 강자란 명성을 잇기 위해 스타벅스의 커피와 차 유통권을 확보해 ‘스타벅스앳홈’ 캡슐커피를 만들고 있다. 3년 전 인수한 블루보틀 커피의 캡슐 레시피 개발에도 나섰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