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윤석열 사의 표명에 "文 철학 잘 받들길 바랬는데"

입력 2021-03-04 14:42
수정 2021-03-04 14:45


"윤석열 검찰총장의 상당한 비위를 확인한 장관으로서 제가 먼저 사의를 밝히면 윤 총장도 그런 정도의 엄중함과 책임감을 가져주리라 기대했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직무정지, 징계 시도 등에도 굴하지 않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마침내 사의를 표명했다.

윤석열 총장은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 앞에서 직접 작성한 입장문 통해 "저는 오늘 총장을 사직하려 한다"고 밝혔다.

임기를 불과 142일 남긴 때며 지난 2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작심 비판한지 시작한지 사흘 만이다.

그동안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물론 정세균 국무총리까지 윤석열 총장의 발언을 비판하고 해임 건의까지 거론한 바 있다.

윤석열 총장은 이날 입장 발표를 통해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저는 이 사회가 어렵게 쌓아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 검찰에서 제가 할 일은 여기까지"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총장은 "제가 지금까지 해온 것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며 "그동안 저를 응원하고 지지해주신 분들, 그리고 제게 날선 비판을 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정세균 총리는 사의 발표 직후 현안 브리핑에서 "대단히 유감스럽다"면서 "임기 내내 문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잘 받들고 검찰개혁이 완수하길 기대했으나 그런일(사의 표명)이 일어났다"고 했다.

이어 "법무부와 잘 협의해서 검찰개혁이 잘 진행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세균 총리는 윤석열 총장의 "정의가 무너지고 있다"는 발언에 대해 "우리 정부는 헌법 체계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고 민주화의 진전 법치주의 실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의가 받아들여지면 윤석열 총장은 2019년 7월 검찰총장에 임명된 지 1년8개월 만에 검찰을 떠나게 된다.

앞선 보도에 따르면 윤석열 총장은 전날 대구 방문 뒤 측근들에게 자신이 그만둬야 (중수청 추진을) 멈추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총장의 사의 표명에 국민들은 "진작 그만뒀어야 했다", "윤석열만이 대한민국의 새희망이다"라며 갑론을박을 벌였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