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이 하면 공정하다더니"…LH 직원 땅투기 의혹 투명하게 규명될까

입력 2021-03-04 08:04
수정 2021-03-04 08:06

LH 직원의 광명·시흥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공공이 하면 공정하고 투명하다며 공공 재개발·재건축을 전면에 내걸고 83만호를 공급하는 2·4 대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라는 여론의 공분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문재인 대통령은 3일 광명·시흥은 물론 3기 신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국토교통부, LH, 관계 공공기관 등의 택지 관련 부서 근무자와 가족에 대한 전수조사를 총리실 주도로 빈틈없이 하라고 지시했다. 사안을 그만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이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LH 직원의 광명·시흥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을 폭로한 이후 부동산 커뮤니티 사이트와 언론사 홈페이지에는 비판 의견이나 댓글이 쇄도했다. 자고 나면 뛰는 부동산 시장 불안에 노심초사하는 서민들의 역린을 건드린 셈이다.

의혹 당사자 13명의 땅 매입은 2018년 4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광명·시흥 신도시 발표 이전에 사들인 것이지만 하남 교산 등 5개 3기 신도시 발표 시점과 겹친다. 광명·시흥 신도시 부지는 과거 보금자리주택 지구로 지정됐다가 풀린 뒤 특별관리지역으로 개발이 제한됐으며 신도시 얘기가 나올 때마다 후보지로 거론됐던 지역이다.

이들이 사들인 토지는 10필지 7000평에 달한다. 매입에 100억원이라는 거액이 투입되고 이 가운데 58억원은 금융기관 대출로 조달했다. 대토 보상 기준에 맞추기 위해 일부 토지는 매입 직후 1000㎡ 이상씩 쪼개기가 이뤄졌다.


최근 신도시 발표 이후에는 보상을 더 받기 위한 나무 심기 정황도 포착됐다. 이는 수용 보상이나 대토 보상액을 높이기 위한 전문 투기꾼들의 전형적 수법이다. 연루된 직원 일부가 토지 보상 업무를 맡았다고 하니 정보를 갖고 조직적으로 움직였을 개연성이 크다. 이들의 범죄 여부는 조사와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고도의 윤리성이 요구되는 부동산 정책의 집행 기관 직원이 자신과 가족 명의로 민감한 지역에 투자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용인하기 어려운 모럴해저드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개발 정보는 그 자체로 상당한 가치를 지닌다"면서 "이를 이용해 투자했다면 주식 시장에서 내부자 거래나 마찬가지로 중대한 범죄 행위"라고 지적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반응은 사안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업무상 취득한 비밀을 동원해 사익을 챙기려 한 중대범죄로 국민을 배신한 것"이라고 했고, 김태년 원내대표는 "부동산 투기 근절대책에 찬물을 끼얹는 반사회적 행위"라고 했다.

조사와 처벌이 미봉책에 그칠 경우 정부 부동산 정책 전반에 대한 불신을 키울 수 있다. 따라서 의혹에 대한 엄정하고 신속한 실체 규명이 중요해졌다.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의 투명성과 신뢰 확보 차원에서 광명·시흥 신도시는 물론 3기 신도시 전반에 대해 관련 공기업 임직원이나 국토교통부 관계자 등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로 의혹을 털어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을 각종 부동산 정책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면서 "3기 신도시 전반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수사로 의혹을 불식해야 한다"고 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