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대작 리포트’를 연일 내놓고 있다. 통상 연말에 이듬해 산업을 전망하면서 내놓던 ‘대작 시리즈’가 연중에도 계속 이어지는 흐름이다.
코로나19 이후 산업 구조가 빠르게 변하고 있고,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정보 수요가 많아진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유튜브 등을 통해 투자자들이 접할 수 있는 정보량이 늘어나면서 증권사 리포트의 수준도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들 리포트는 조회 순위에서도 상위에 오르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산업구조 급변 반영DB금융투자는 ‘2021년 해외산업 심층분석 시리즈’의 두 번째 리포트인 ‘자율주행 완전정복’ 리포트를 2일자로 발간했다.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설명부터 주요 해외 자율주행 기업 분석까지 관련 정보를 96페이지에 모두 담았다. 자율주행과 관련된 국내외 산업을 심층적으로 분석해 증권업계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DB금융투자는 앞서 이 시리즈의 첫 번째 리포트 ‘중국 디스플레이 완전정복’을 72페이지 분량으로 내놨다. 한국 디스플레이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국 디스플레이 시장의 현재와 미래를 샅샅이 조명해 업계 안팎에서 꼭 읽어야 할 리포트란 평을 들었다. 장화탁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개인 투자자뿐 아니라 기업 임직원들도 빠른 산업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리포트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DB금융투자는 올해 이 시리즈를 10개 이상 더 내놓을 예정이다.
코로나19 이전 산업 관련 전망 리포트는 비교적 천편일률적이었다. 자동차, 반도체, 바이오 등 개별 산업을 포괄적으로 다루는 경우가 많았다. 발간 시기도 주로 연말에 집중됐다. 이듬해 전망을 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4차 산업혁명 진행 속도가 빨라지면서 기존의 리포트 틀로는 산업 간 융합이나 개별 산업의 심층적 내용을 다루는 데 한계가 있었다. 증권사들이 새로운 시장의 흐름을 연중 내내 새로운 리포트 형식으로 담아내고 있는 이유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이 발간 중인 ‘뼛속시리즈’도 발간 목적이 뚜렷하다. 4차 산업혁명의 특정 기술에 대해 좀 더 깊숙이 다뤄보겠다는 취지다. 지난해 10월 2차전지를 시작으로 수소연료전기차, 태양광, 바이오플라스틱이 시리즈로 이어졌다. 3월에는 신소재와 관련된 리포트를 발간할 예정이다. 새로운 투자 트렌드 발굴증권사들은 산업 변화를 조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투자 트렌드 발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KB증권은 ‘K-Thematic Idea’ 시리즈를 연재 중이다. 지난달 23일 ‘메타버스, 메가 트렌드’라는 주제로 두 번째 리포트를 내놨다. 기존에는 보기 어렵던 주제다. 메타버스란 3차원 가상세계를 의미한다. 증강현실 앱인 제패토나 로블록스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1월에는 1편으로 한국 미디어산업의 현황을 상세히 다뤘다. 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새로운 투자 트렌드를 발굴해 투자자들에게 제시하기 위한 기획 시리즈”라며 “한 달에 1개 이상씩 시리즈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신한금융투자도 ‘블루북 시리즈’를 내놓으며 투자 트렌드를 제시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무형시대 제로’라는 제목으로 396페이지에 달하는 리포트를 내놨다. 무형경제 시대의 특징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과 관련 산업의 전망을 담았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