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김정은 위원장이 분명히 얘기했다”며 올해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훈련 중단이 남북한 합의를 이행하는 ‘마중물’이 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북한이 남북 군사합의를 이행하지 않는 것을 넘어 핵개발을 하고 있다는 정황까지 속속 나오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북한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 의장은 3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다시 평화의 봄, 새로운 한반도의 길’ 토론회에서 “남쪽이 합의를 이행하는 만큼 상호주의에 따라 북한이 이행하겠다고 분명히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당시 통일부 장관이었던 정 의장은 “3월 8일부터 (훈련을) 한다는데, 북한이 자극받지 않을 정도로 (해야 한다)”며 “이인영 통일부 장관 표현대로라면 유연하게 훈련 규모가 정해지고 강도가 낮춰지면 훈련이 끝나고 난 뒤 뭔가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 식량 지원 재개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정 의장은 “지금 북한의 식량 사정이 어렵다”며 “생명공동체와 관련해 장관님께서 식량 문제를 북쪽에 어떻게 제안하고 제공할 것인가 방법론을 찾아보라”고 말했다. 이어 “당장 눈앞에 목구멍 포도청 있듯 식량문제를 먼저 치고나가면 전반의 우리 대통령의 대북 제안이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이어 자신을 ‘퍼주기 대장’이라 소개했다. 그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쌀 40~50만톤, 또는 비료 몇만톤씩 일정하게 줬던 시절이 있다”며 “내가 제일 많이 준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생명공동체 복원 들어간다는 생각으로 실천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국제 여론 있기 때문에 어느 시점에 치고나가야 할지 통일부에서 연구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인도적 협력과 관련한 대북 제재 면제를 재차 강조했다. 이 장관은 “우리 정부와 민간 단체가 꾸준히 노력한 결과 지난해 11월 유엔 대북 위원회가 제재 면제 부분의 개선 절차를 밟았다”며 “정부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서 인도주의적 협력 관련 제재 면제를 더 신속하고 유연하게, 또 보다 폭넓게 이뤄지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현직 통일부 장관의 잇달아 '대북 제재 유연화'를 주장하고 나선 가운데 국제사회에서는 정부의 대북 제재 완화 주장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1일(현지시간) 이 장관이 파이낸셜타임즈(FT)와의 인터뷰에서 대북 제재 완화를 주장하고 나선데 대해 “북한은 국경 폐쇄를 비롯해 극도로 엄격한 코로나19 대응 조치를 시행해왔다”며 “이 때문에 유엔 대북제재위원회의 신속한 제재 면제에도 도움이 가장 필요한 사람들에게 지원품을 전달하려는 인도주의 단체, 유엔기구, 다른 나라들의 노력이 상당히 방해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빌라 마스랄리 EU 외교·안보정책 담당 대변인은 이날 "북한 취약계층이 직면한 경제적·사회적 어려움의 주된 책임은 북한 당국의 정책에 있다"며 사실상 정면 반박한 바 있다.
한편 북한의 핵개발 정황은 최근 잇달아 포착되고 있다. 미국 CNN 방송은 2일(현지시간) 미들베리국제학연구소가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북한이 평안북도 구성시 용덕동 시설 입구에 은폐용으로 추정되는 구조물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보기관들은 북한이 이 용덕동 시설에 이미 개발한 핵무기들을 보관 중인 것으로 의심해왔다. 앞서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북한의) 실험용 경수로에서 지난해 말 진행한 냉각수 시설 시험을 포함해 내부 공사를 지속하고 있다는 증거가 발견됐다”며 “강선 지역에서는 (핵 관련) 활동이 진행 중이라는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