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처럼…삼성전자 주식 0.1주로 쪼개 살 수 있을까

입력 2021-03-03 15:29
수정 2021-03-03 16:12

삼성전자 등 국내 주식을 비트코인처럼 소수점 단위로 쪼개 살 수 있는 '소수점 매매' 서비스 도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증권, 토스증권 등 증권사 5~6곳이 서비스를 시작할 뜻을 밝혔지만, 금융위원회가 제도 개선이 먼저라며 난색을 보이고 있어서다. 금융위는 내부적으로 규제 샌드박스 등을 통한 개별 허용은 가능하다고 판단하면서도 업계에는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아 금융위가 사실상 신산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3일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금융위는 국내 주식의 소수점 매매 서비스를 제공할 의사가 있는 증권사는 5~6개 수준으로 파악하고 있다. 소수점 매매란 1주가 아닌 0.1주 등으로 쪼개서 매매하는 방식을 말한다. 예컨대 주당 8만3600원(2일 종가)인 삼성전자 주식을 0.1주 살 수 있다고 가정하면 8360원으로도 매수가 가능하다. 특히 LG생활건강 엔씨소프트 등 주당 가격이 높은 주식에 투자할 때 투자자의 부담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또 금액 단위로 주식 거래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현재 8만원으로는 삼성전자 주식을 한 주도 살 수 없지만, 소수점 매매가 허용되면 삼성전자 주식 0.956주를 매수할 수 있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도 소수점 매매를 허용하고 있다.


지난해 8월 국내 주식의 소수점 매매를 허용할 방침을 밝힌 금융위는 올 하반기까지 제도 개선을 끝마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해외 주식 소수점 매매처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해 시범사업부터 시작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해외 주식 소수점 매매는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등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다.

금융위는 그러나 국내 주식의 소수점 매매 서비스 관련 "혁신금융서비스 신청사가 아직까지 없다"고 이광재 의원실에 밝혔다. 금융위는 그러면서 "개별 건에 대한 금융규제 샌드박스 지정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도 했다.

하지만 업계 측의 주장은 다르다. 금융위가 제도 개선이 끝난 뒤 서비스를 시작하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국내 주식 소수점 매매의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이 가능한데도 금융위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며 "금융위가 신산업의 성장을 위해 선제적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우량 대기업 이익이 주식매매를 통해 국민소득으로 이어지려면 부담 없는 소액으로도 투자가 가능해야 한다"며 "우리 주식시장은 1주 단위로 거래되다 보니 거래 편의성도 떨어지고 소액투자자 접근성이 낮은 편"이라 했다. 그러면서 "미국처럼 0.1주로 1등 주식을 살 수 있으면 주식시장이 동학개미와 중산층의 든든한 소득 버팀목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4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커피 한 잔 값으로 1등 주식 골라담기'라는 주제로 국내 소수점 매매 허용 방안에 대한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토론회에는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 변제호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이 참석한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