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최정우 포스코 회장(사진) ‘때리기’가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권 일각의 요구지만 국회의사당 본관에서 최 회장 개인을 겨냥한 토론회를 여는 등 민간기업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압박이 상식을 넘어섰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3일 국회에서는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강은미 정의당 의원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이 공동으로 주최한 ‘최정우 회장 3년, 포스코가 위험하다’란 제목의 토론회가 열렸다. 국회에서 민간기업 CEO를 겨냥한 공개행사가 열린 건 극히 이례적이다. 지난달 22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에 최 회장을 불러 ‘지옥의 저승사자’ ‘인성 부족’ 등의 표현까지 써가며 공격하더니 이번엔 아예 최 회장의 이름을 걸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노 의원은 “악덕기업과 경영진에 대한 확실한 철퇴를 가해서라도 포스코의 연쇄살인을 끊어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강 의원도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포스코를 더 이상 이대로 둬서는 안 된다”고 했다. 지난해 포스코에서 발생한 산재사고로 근로자 7명이 목숨을 잃은 것을 겨냥한 발언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오는 12일 정기주주 총회를 앞두고 연임이 확실시되는 최 회장을 면박 주려는 ‘정치 이벤트’라는 해석이 나온다. 민간기업에 대한 무리한 인사개입 시도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 과정에서 포스코 최대주주(지분 11.17%)인 국민연금을 동원하겠다는 의도도 드러냈다. 지난달 15일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국민연금을 향해 “포스코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국민기업이 되도록 ‘스튜어드십 코드’를 제대로 시행해달라”고 주문했다.
여권에선 최 회장이 호남 출신을 임원 인사에서 배제한다는 ‘호남 홀대론’까지 돌고 있다. 포스코가 올해 발표한 정기임원 인사에서 포스코 광양제철소장을 비롯해 임원 7명 중 호남 출신은 한 명도 없다는 주장이다.
포스코 내부에선 터무니없는 지적이라고 반박했다. 최 회장이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2차전지소재 사업을 이끌고 있는 민경준 포스코케미칼 사장부터 전남 해남 출신이다. 포항제철소 고위 임원에도 호남 출신이 다수 포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경제계에선 포스코의 산재사고가 빈번하긴 하지만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고 하는 것은 노골적인 지배구조 흔들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 회장도 올해 초 포항제철소를 찾아 역점사항으로 ‘안전’을 내세웠다. 총 2조원의 안전사고 방지 투자계획까지 밝혔다.
경제계 관계자는 “포스코는 엄연히 이사회와 주주가 존재하는 민간회사이자 상장사”라며 “CEO의 연임과 징계는 이사회에서 결정할 일”이라고 말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경분리라는 헌법에 규정된 기본 질서에 맞지 않는 것”이라며 “경제나 기업이 정치권의 손아귀에 있다는 잘못된 사고를 보여주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최만수/김소현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