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핑계 '기업·부자 증세' 압박하는 노동계

입력 2021-03-03 17:39
수정 2021-03-11 18:43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이 여당과 정부에 ‘부자·기업 증세’를 압박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고통받는 취약계층을 지원한다는 명목이다. 범여권은 이 같은 요구에 부응해 ‘핀셋 증세’ 법안을 줄지어 내놓을 움직임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연이어 증세의 타깃이 됐던 대기업과 고소득층이 또다시 희생양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여권에 따르면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전날 초과이익공유세 도입을 핵심으로 한 ‘2021년도 세법 개정안 건의서’를 기획재정부에 제출했다. 한국노총은 건의서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임시·일용직 등 취약계층 노동자들이 최대 피해를 보고 있다”며 “주요 대기업이 비대면 서비스 사업 등의 확장으로 벌어들인 초과이익분에 대해 사회연대적인 차원에서 한시적 증세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인 증세 방안으로는 법인세와 모든 자산 관련 소득세·보유세에 5% 이상의 부가세를 부과할 것을 제시했다. 또 기업을 대상으로 한 탄소세 로봇세(자동화세) 디지털세 등의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이산화탄소 배출에 세금을 부과하는 탄소세 등은 여권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입법화를 주장하고 있는 세목들이다.

참여연대는 지난 2일 기재부에 코로나19 극복을 명목으로 한 사회연대세 입법을 건의했다. 법인세와 소득세 상위 구간의 세율을 3년간 한시적으로 3~15%포인트씩 높이자는 제안이다. 참여연대는 또 공정시장가액비율(과세표준을 정할 때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의 비율)을 폐지하는 방식으로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할 것도 주장했다. 추경용 증세 없다지만…"대선 후 즉각" 벼르는 여권범여권은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의 요구에 부응해 ‘부자·기업 증세’ 법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르면 이번주 세후 소득 1억원 이상 고소득자와 100대 기업 등을 대상으로 한 ‘사회적 연대세’ 도입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내년부터 2024년까지 3년간 한시적으로 종합소득세와 법인세에서 각각 7.5%를 추가로 걷는 법안이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특별재난연대세 도입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고소득자와 대기업을 대상으로 내년까지 일정 기준 이상 증가한 소득의 5%를 추가로 과세하는 법안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증세론에 선을 긋고 있다.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지난 1일 라디오 방송에서 “현재로선 이번 추가경정예산과 관련해 증세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권 일각에서는 내년 3월 대선 이후 본격적으로 증세 논의가 벌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권 재창출에 성공하면 곧바로 증세를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 진영에서도 공식 또는 비공식적으로 증세를 언급하고 있다. 이낙연 대표가 추진하는 ‘신복지국가’와 관련해 지난달 열린 민주당 세미나에서는 단계적 증세 방안이 논의됐다. 이 자리에서 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조세감면 폐지·축소→소득세 등 누진적 보편증세→사회보장세 →부가가치세 증세 등으로 이어지는 증세를 주장했다. 정세균 국무총리의 측근으로 꼽히는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지난 1월 “한시적 부가가치세 인상으로 자영업자 손실보상금을 마련해보면 어떨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기본소득 재원 마련을 위한 탄소세 도입 등 증세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여권의 증세론에 난색을 나타내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고소득자와 대기업을 겨냥해 증세한다고 해봐야 연간 수천억원 세수가 증가하는 수준이어서 코로나19 사태 극복에 새 발의 피”라며 “부가가치세 증세는 사회적으로 ‘메뉴비용’ 발생에 따른 마이너스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임도원/서민준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