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최강 음악 앱' 초라한 성적…스포티파이 점유율 0.5% 그쳐

입력 2021-03-03 17:44
수정 2021-03-04 10:42
지난달 2일 한국에 상륙한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서비스 한 달이 흘렀지만 이용자 점유율은 1%에도 못 미친다. 경쟁사 카카오M이 보유한 아이유·임영웅 등 인기 가수들의 음원을 확보하지 못한 데다 기존 스트리밍 서비스와 뚜렷한 차별점도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3일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인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스포티파이의 2월 4주차 일간 사용자(DAU, 안드로이드·아이폰 합산) 점유율은 0.5%에 그쳤다. 1위 멜론(33.8%)과 2위 지니뮤직(17.0%)은 물론 2% 안팎의 벅스와 카카오뮤직에도 크게 못 미친다. 93개국, 3억4500만 명의 회원을 끌어들여 세계 음원 서비스 시장을 평정한 업체치고는 초라한 성적표다.

국내 출시 당일 1.0%였던 스포티파이 점유율은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스포티파이는 한국에 진출하면서 앱을 설치만 해도 1주일간 무료로 음악을 들을 수 있고,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하면 석 달 동안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며 “사용자 수가 줄어든다는 건 무료로 사용해보다가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원래 쓰던 서비스로 복귀하는 이용자가 많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스포티파이가 국내에서 고전하는 가장 큰 이유는 K팝 음원 확보 실패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국내 음악 소비자들의 특징은 해외 팝보다 자국 음원을 선호하고 많이 소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스포티파이는 국내 음원 유통시장의 37.5%를 차지하고 있는 1위 사업자 카카오M과 협상에 실패했다. 그 결과 아이유와 임영웅의 노래 등 이 회사가 보유한 음원을 국내에서 서비스할 수 없게 됐다. 스포티파이는 “국내와 해외 서비스 계약이 동일 조건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카카오M을 압박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음악 사이사이에 광고를 듣는 대신 무료로 스트리밍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한국에서 하지 않는 것도 ‘차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스포티파이는 이 서비스로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한국 소비자들은 이를 이용할 수 없다. 가격 경쟁력도 떨어진다. 스포티파이의 월 이용료는 1만900원으로, 8000~9000원 안팎인 경쟁사 서비스들보다 비싼 편이다.

이 때문에 스포티파이가 한국 시장 안착에 실패한 애플뮤직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스포티파이가 점유율을 높이려면 광고를 대신한 무료 듣기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기존 서비스와 확실한 차별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K팝 음원 확보와 관련해 스포티파이 관계자는 "카카오M과의 기존 라이센싱 계약 만료로 해당 음원을 전 세계의 팬 및 청취자에게 더 이상 제공할 수 없게 됐다"며 "카카오M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전 세계 팬들에게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1년 반 넘는 기간 동안 전방위로 노력했지만, 신규 라이센스에 관해 합의에 이르지 못해 안타까움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 상황이 빠른 시일 내에 해결되길 진심으로 바란다"며 "앞으로도 카카오M을 포함한 한국의 권리자 단체와 지속적으로 협업하고, 한국의 음악 산업 및 스트리밍 생테계의 동반 성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