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문재인 대통령이 스가 일본 총리를 설득해 위안부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로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의 첫 면담에서는 문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과 이 할머니의 만남이 성사될 경우 문 대통령의 입장 표명에 따라 한·일 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할머니는 3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취재진과 만나 “일본은 무법천지 때 했던 그 행동 그대로 하고 있는 만큼 국제사법제판소에 끌고 갈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정 장관에게) 대통령님 좀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며 “정 장관이 ‘예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앞서 정 장관은 취임 후 처음으로 이 할머니와 면담을 가졌다. 면담은 예상 시간을 훌쩍 넘겨 한 시간 넘게 진행됐다.
이 할머니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국가를 가지고 한 장난”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 할머니는 “야치 쇼타로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과 이병기 박근혜 정부 청와대 비서실장이 주거니 받거니 청와대를 18번이나 왔다갔다 하면서 장난을 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엄연한 법이 있는데 법을 모르고 일본은 그런 행동을 한다”며 “이제는 어디 갈 데가 없다”고 호소했다.
자신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아이캔스피크’를 언급하며 “이제는 말 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할머니는 “내가 배우지 못해 무식하다”면서도 “영화 아이캔스피크처럼 말할 수 있고,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할머니들 다 돌아가시기를 기다리는 일본 때문에 너무 서러워서 사죄를 바랐다”며 “사죄하면 용서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일 양국이 이웃나라라는 점을 강조하며 “죄는 밉지만 사람은 미워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3·1절 기념사에서 “일본 정부와 마주 앉아 대화할 준비가 돼있다”며 관계 개선 의지를 드러낸 가운데 이 할머니와의 만남이 성사될 경우 한·일 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 할머니는 문 대통령과 만나 위안부 문제의 ICJ 회부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이 그동안 '피해자 중심주의'를 강조해왔던 만큼, 이 할머니가 대통령과의 자리에서 이를 강하게 주장할 경우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