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민영기업 또 국유화…이번엔 유동성 위기설 '쑤닝닷컴' [강현우의 중국주식 분석]

입력 2021-03-02 13:16
수정 2021-03-02 13:31

실적 악화로 유동성 위기설이 나왔던 중국 대형 유통업체 쑤닝닷컴이 국유화 수순을 밟고 있다. 중국 지도부의 '국진민퇴(國進民退·국유기업이 나서고 민간기업은 물러선다)' 방침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2일 경제전문매체 차이신 등에 따르면 쑤닝은 전날 선전시정부 산하 투자회사 2곳에 지분 23%를 148억위안(약 2조5700억원)을 받고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선전증시 상장사인 쑤닝의 주가는 전날 가격제한폭(10%)까지 올랐고 이날도 장중 4%대 급등했다.

오프라인 매장 중심의 유통사인 쑤닝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3분기까지 순이익은 5억4700만위안(약 94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5% 급감했다. 유동성 위기에 닥쳤다는 소문이 돌면서 쑤닝의 주가는 지난해 7월 12위안대에서 이달 초 6위안대로 6개월 만에 반토막났다.

이번 주식 양도로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장진동 회장의 지분율은 20.96%에서 15.72%로 내려간다. 지주회사인 쑤닝디엔치의 지분도 16.8%에서 5.45%로 떨어진다. 19.99%를 갖고 있던 기존 2대주주 알리바바그룹 계열 타오바오는 지분율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단일기업으로는 1대주주가 된다.

하지만 실제 경영권은 합계 23%를 갖게 되는 선전시정부가 행사하게 될 전망이다. 선전시 산하 투자전문회사들인 선전쿤펑자산운용이 15%, 선전궈지지주가 8%를 보유한다. 선전쿤펑은 부동산, 선전궈지는 유통에 특화한 투자회사다. 쑤닝닷컴은 난징시에서 출범한 회사지만, 이번 투자 유치를 계기로 선전시에 남중국본부를 개설하고 선전시 인력을 상주시킬 예정이다.

쑤닝이 사실상 국유기업이 된 것은 중국 시진핑 정부가 추진해 온 국진민퇴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코로나19로 경영 환경이 악화된 사이 40여개 민간기업의 소유권이 중앙·지방정부로 이전됐다. 중국 지도부는 최근 수년 간 미국과의 갈등이 깊어진 데 대한 해법으로 자립경제를 추구하고 있으며, 이 일환으로 국유기업의 역할론을 강조하고 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