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에 잇따라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 이달 중 1조9000억달러에 달하는 ‘슈퍼 부양책’이 시행될 경우 경기 회복세가 더욱 분명해질 것이란 관측이다.
1일(현지시간) 미 공급관리협회(ISM)에 따르면 지난달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60.8로 집계됐다. 1월(58.7)은 물론 월스트리트저널의 전문가 예상치(58.9)를 여유있게 상회했다.
PMI가 기준점(50)을 넘으면 경기 확장, 이를 밑돌면 위축으로 판단한다.
미 정보제공업체 IHS 마킷이 발표한 2월 제조업 PMI 최종치 역시 예비치(58.5)를 웃돌았다. IHS 마킷의 제조업 PMI는 작년 7월부터 줄곧 50을 넘었다. 2월 지표는 전 달(59.2)보다 소폭 떨어졌지만 추세적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상무부가 공개한 1월 건설지출 역시 전 달 대비 1.7% 증가했다. 시장 전망(0.8%)을 크게 앞선 수치다.
앞서 상무부는 올해 1월의 내구재 수주 실적이 전 달 대비 3.4% 늘었다고 지난달 25일 발표했다. 같은 달 소매판매는 전 달보다 5.3% 급증했다. 소매판매가 늘어난 건 작년 9월 이후 처음이다.
1조9000억달러 규모의 부양책을 앞두고 있는데다 백신 배포가 확대될 예정이란 점에서 경제 회복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미 보건당국은 존슨앤드존슨(J&J)이 개발한 백신의 긴급 사용을 이날 승인했다. 화이자·모더나에 이어 세 번째다. J&J 백신은 한 번 접종으로 항체를 형성하고 상온 보관이 가능해 ‘게임 체인저’로 불려왔다.
부양책은 이달 중순 시행이 유력해졌다. 하원은 지난 주말 미국인 1인당 1400달러를 지급하는 내용 등이 포함된 부양법을 가결해 상원으로 넘겼다. 상원은 일부 민주당 의원조차 반대했던 최저임금 인상안을 부양법에서 뺀 뒤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부양법이 상원 과반수 찬성으로 통과되는 ‘예산 조정권’ 적용을 받기 때문에 통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현재 상원 의석(100석)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절반씩 차지하고 있지만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당연직 상원 의장)이 캐스팅 보트를 행사할 수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인 토마스 바킨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지평선에서 이제 막 서광이 비치기 시작했다”며 “소매판매와 부동산, 소비, 제조업, 기업 투자 등 모든 부문이 살아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긍정적인 경제 전망을 고려하면 국채 금리의 최근 상승세가 놀랍지 않다”며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이전과 비교하면 채권 수익률이 여전히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금리 상승이 경제에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