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티 소재 강화…'플라스틱 규제' 넘는다

입력 2021-03-02 17:18
수정 2021-03-03 00:45

과거 대형 화학회사들은 에틸렌 등 범용제품을 중심으로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전략을 구사했다. 공장을 늘려 기초화학제품을 더 저렴한 가격에 대량 생산하는 것이 경쟁력으로 여겨졌다. 롯데케미칼도 마찬가지였다. 세계 22개국, 24개 생산기지를 기반으로 석유화학산업의 기초가 되는 에틸렌을 대량 생산하며 국내 화학산업을 주도했다.

하지만 최근 화학산업을 둘러싼 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산업구조가 세분화되면서 범용제품보다 이른바 ‘스페셜티 제품’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스페셜티는 특정 영역에 한정적으로 쓰이는 기능이 들어간 화학제품으로 생활 속 광범위하게 쓰이는 기초화학 제품과 구분된다. 날로 강화되고 있는 세계 각국의 환경 규제로 스페셜티 친환경 소재의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스페셜티를 전략적 육성 분야로 설정해 화학산업의 위기를 극복한다는 방침이다. 화장품과 식품 용기로 쓸 수 있는 재생 폴리프로필렌(PCR-PP)이 대표 제품으로 꼽힌다. 이 소재는 버려지는 화장품 용기를 수거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안전기준에 입각한 가공 공정에 따라 생산된다.

롯데케미칼의 PCR-PP는 고객사의 요청에 따라 플라스틱 재활용 원료를 30%와 50%씩 함유한 등급으로 개발됐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FDA 인증도 받았다. 국내외 화장품 업체들이 환경 규제에 따라 재활용 원료로 제조한 포장용기 사용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에 PCR-PP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항균소재 브랜드 ‘에버모인’의 수요도 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개인 위생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가구 및 가전 등에 항균소재를 적용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에버모인은 기존 소재에 항균제를 코팅하거나, 원재료에 항균제를 포함해 컴파운드(복합소재)로 가공하는 것으로 플라스틱 소재 표면에 항균제가 분포하면서 균 증식을 억제한다.

롯데케미칼은 플라스틱 재활용 순환 경제를 도모하는 ‘프로젝트 루프(Project LOOP)’도 전사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김교현 롯데케미칼 사장은 “올해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원년으로 삼아 지속가능한 친환경 과제를 적극 발굴하고 실행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