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자체 개발한 신형 여객기가 올 하반기 운항을 시작할 전망이다. 그동안 미국 보잉과 유럽 에어버스가 양분해 온 항공기 시장에 강력한 도전자가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2일 경제전문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중국 국유 상업용 비행기 제조업체인 중국상페이(商飛)와 둥팡(東方)항공은 전날 C919 5대 인도 계약을 체결했다. 두 회사는 이 여객기의 정식 취항 시점을 결정하진 않았다. 상하이시정부는 최근 지방의회에 제출한 업무보고에서 올해 항행허가장을 받아 운항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상페이는 지난달 기준 C919를 에어차이나 난팡항공 쓰촨항공 등 항공사와 공상은행리스 중국은행리스 등 항공기 리스사 28곳으로부터 815대의 구매의향서(주문서)를 받은 상태다. 정식 인도 계약을 맺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뢰도가 검증되지 않은 새 기종이지만 중국 정부가 정책적으로 자국 항공산업을 육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C919가 중국에선 순조롭게 팔릴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2015년 내놓은 제조업 육성정책인 ‘중국 제조 2025’에서 항공기산업을 10대 중점 분야 중 하나로 정했다. 중국 항공업계가 자국산 C919를 대량으로 사들여 운용한다면 자연스럽게 보잉과 에어버스의 시장점유율은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중국 항공사의 여객기 신규 구매가 위축돼 보잉과 에어버스의 사업에도 일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다.
상페이는 2008년부터 C919를 개발해왔다. 2017년 시험비행에 성공했고 지난 1월에는 초저온 테스트도 마쳤다. 기종명에서 ‘C’는 차이나(China)를, ‘9’는 오래 간다는 뜻을 담았다. 중국에선 숫자 9와 오랠 구(久)의 발음이 같아 종종 이런 식의 작명을 한다. 19는 최대 승객 수용 인원인 190석을 의미한다. 이 항공기의 최고 속도는 시속 963㎞, 최대 항속 거리는 5555㎞다. 에어버스 320이나 보잉737 등 중형 여객기와 비슷하다.
상하이를 거점으로 하는 둥팡항공은 지난해 말 기준 750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연간 1억3000만 명을 수송한다. 에어차이나 난팡항공과 함께 중국 3대, 글로벌 10대 항공사로 꼽힌다. 이번에 도입하는 5대의 C919를 베이징 광저우 등 중국 주요 국내선에 투입할 예정이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