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가 골든글로브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수상자로 호명되면서 오스카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제78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이 28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뉴욕 레인보우 룸과 LA 베벌리 힐즈 힐튼 호텔에서 동시 연결 방식으로 진행됐다. 올해 시상식은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을 우려해 지난해처럼 영화계 인사들을 모으는 대신, 발표자가 수상작, 수상자를 호명하면 영상 연결을 통해 소감을 듣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골든글로브는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가 주최하며, 미국 최대 규모의 영화상인 아카데미 시상식이 임박한 시기에 열려 아카데미 결과를 예측해보는 바로미터 역할을 해볼 수 있는 시상식으로 꼽힌다.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6관왕에 오르며 파란을 일으켰던 우리 영화 '기생충' 역시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바 있다.
'미나리' 호명 후 연출자인 정이삭 감독은 딸을 품에 안고 화면에 등장했다. 정이삭 감독은 "영광스러운 트로피를 안겨준 할리우드 외신 기자협회(HFPA)와 우리 팀에게 감사드린다"며 "모든 '미나리' 패밀리와 배우 스티븐 연, 한예리, 윤여정, 앨런 김, 노엘 조, 윌 패튼, 그리고 크리에이티브 팀, 크리스티나 오(프로듀서), 라클란 밀른(촬영감독), 에밀 모세리(음악감독), 해리 윤(편집감독), 이용옥(프로덕션 디자이너), A24와 플랜B 모두 고맙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또 "지금 보고 계실 친척들과 부모님, 누나 그리고 저기 옆에서 지켜봐준 저의 아내에게 고맙고 여기 함께한 저의 딸이 제가 이 영화를 만든 큰 이유"라며 수상 소감을 밝혔다.
영화 '미나리'에 대해 정이삭 감독은 "가족에 관한 이야기"라며 "그들만의 언어로 이야기하려고 노력하는 가족의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 언어는 단지 미국의 언어나 그 어떠한 외국어보다 깊은 진심의 언어(Language of Heart)다. 저 스스로도 그 언어를 배우려고 노력하고 물려주려고 한다. 특히 올해엔 서로가 이 사랑의 언어를 통해 말하는 법을 배우길 바란다"는 바람을 드러내며 코로나19로 변화된 시국을 언급했다.
희망을 찾아 낯선 미국으로 떠나온 한국 가족의 아주 특별한 여정을 담은, 2021년 전 세계가 기다린 원더풀한 이야기 '미나리'의 배우진 팀 미나리(스티븐 연, 한예리, 윤여정, 앨런 김, 노엘 케이트 조)는 극 중 한국적인 정서와 미국의 삶을 담은 특별한 가족을 환상적인 연기 호흡으로 사랑스럽게 그려냈다.
'워킹 데드' 시리즈, '옥자', '버닝'을 통해 세계적인 배우로 거듭난 스티븐 연이 가족을 위해 농장에 모든 힘을 쏟는 아빠 제이콥 역으로 분했으며, 영화 '해무', '최악의 하루'와 드라마 '청춘시대', '녹두꽃',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에서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대중에게 공감과 위로를 전해온 한예리가 낯선 미국에서 가족을 이끌며 다독여주는 엄마 모니카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또한 '할머니 같다'는 게 뭔지 모르겠지만, 가족을 사랑하는 방법은 잘 아는 사랑스러운 할머니 순자 역은 영화와 드라마, 최근에는 예능 tvN '윤스테이'까지 오가며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한 대한민국 대표 배우 윤여정이 맡았다.
여기에 할머니와 최상의 티키타카를 선보이는 장난꾸러기 막내 데이빗(앨런 김), 엄마를 위로할 줄 아는 속 깊은 딸이자 어린 동생의 든든한 누나 앤(노엘 케이트 조)까지 치열한 경쟁을 통해 캐스팅된 아역 배우들이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미나리'는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기점으로 골든 글로브 최우수 외국어영화상까지 휩쓸며 전세계 75관왕을 기록해 오스카 유력 후보작으로 예측되고 있다. 연출과 각본은 '문유랑가보'로 칸 영화제에서 황금 카메라상,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의 후보에 올라 영화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정이삭 감독이 맡았다. 여기에 '문라이트', '노예 12년' 등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을 탄생시킨 브래드 피트의 제작사 플랜 B, '문라이트', '룸', '레이디 버드', '더 랍스터', '플로리다 프로젝트' 등 수차례 오스카 레이스를 성공적으로 이끈 북미 배급사 A24의 만남은 관객들의 기대감을 한껏 고조시킨다.
뿐만 아니라 배우 윤여정은 '미나리'로만 전미 비평가위원회부터 LA, 워싱턴 DC,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뉴욕 온라인, 그레이터 웨스턴 뉴욕, 오클라호마, 캔자스시티, 세인트루이스, 뮤직시티, 노스캐롤라이나, 노스텍사스, 뉴멕시코, 샌디에이고, 아이오와, 콜럼버스, 사우스이스턴, 밴쿠버, 디스커싱필름, 미국 흑인 비평가협회와 미국 여성 영화기자협회, 팜스프링스 국제 영화제, 골드 리스트 시상식, 선셋 필름 서클 어워즈까지 총 26개의 연기상 트로피를 차지하며 오스카 입성 가능성을 더욱 높였다.
윤여정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할 경우 국내 배우로는 최초, 아시아 여배우로는 1957년 '사요나라'의 일본 배우 우메키 미요시에 이어 두번째가 된다. 경쟁자로는 영화 '맹크'의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꼽히지만, 트로피 갯수로는 윤여정이 월등히 앞선다는 평이다.
특히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는 오스카 관련 보도를 하며 '미나리' 윤여정에 대해 "여우조연상의 강력한 후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또한 윤여정이 골든글로브에서 후보로도 지명되지 않은 것을 놓고 미국 여러 매체에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골든글로브를 주관하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는 대화의 50% 이상이 영어가 아닌 경우 외국어 영화로 분류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미나리'는 한국계 미국인 감독이 연출하고, 미국의 제작사에서 만들었음에도 대사의 50% 이상이 한국어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외국어영화로 분류됐다. 이에 여우조연상 등 후보 지명이 제외됐던 것.
이에 뉴욕타임즈는 "(윤여정이) 후보 지명을 받을 만했는데 하나도 받지 못했다"면서 "골든 글로브의 실수"라고 문제를 제기했고, 외국어 영화상 부분에 오른 것에 대해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를 작품상이나 각본상에 올리지 않은 것도 나쁜 선택"이라고 비판했다.
ET, 버라이어티 등 현지 매체들은 윤여정의 여우조연상 후보 지명 실패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오스카에선 이 같은 실수가 정정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대사 전체가 한국으로 이뤄진 한국 영화였음에도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다 트로피를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미나리' 역시 빼어난 작품성과 배우들의 연기로 호평받고 있는 만큼 어떤 결과가 나올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미나리'의 아카데미 시상식에 대한 기대감과 더불어 예매율도 급등하고 있다. 오는 3일 개봉을 앞두고 전체 영화 예매율 1위를 차지하며 올 봄 최고의 기대작임을 입증한 것.
1일 영화관 입장권 통합 전산망의 집계에 따르면, '미나리'는 할리우드 스튜디오 제작의 '소울',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카오스 워킹'과 일본 역대 박스오피스 1위의 화제작 '귀멸의 칼날' 등 쟁쟁한 경쟁작들을 모두 제치고 예매점유율 21%로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미나리'는 이미 CGV 필름마크, 메가박스 오리지널 티켓으로 관객들의 환호를 받는가 하면, 롯데시네마 무비싸다구 예매권 이벤트와 이동진의 시네마톡을 초고속 매진시키는 등 심상치 않은 흥행열기를 예고한 바 있다. '미나리'의 세대 초월 감동과 제미가 가족 관객들의 발길을 사로 잡고 있다는 평이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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