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직원들 신도시 예정지 투기 의혹…국토부 조사 착수 [종합]

입력 2021-03-02 14:58
수정 2021-03-03 13:23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 10여명이 지난달 3기 신도시 중 최대 규모로 지정된 경기 광명·시흥지구에 100억원대 토지를 사들였다는 의혹이 제기돼 국토교통부가 조사에 착수했다.

2일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필지의 토지 등 등기부등본과 LH 직원 명단을 대조한 결과, LH공사 직원 10여명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10개 필지의 토지(2만3028㎡, 약 7000평)를 100억원 가량에 매입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해당 토지 매입가격만 100억원대에 이르며 금융기관을 통한 대출 추정액만 58억여원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공직자윤리법상 이해충돌 방지의무 위반과 부패방지법상 업무상 비밀이용 금지 위반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와 민변은 이번에 파악한 지역 외에도 다른 3기 신도시 대상지, 본인 명의 외에 가족이나 지인의 명의를 동원한 경우 등으로 조사범위를 확대하면 그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분석에 참여한 서성민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는 "만일 1명의 명의자가 일치했다면 동명이인으로도 볼 가능성이 있지만 특정 지역본부 직원들이 특정 토지의 공동소유자로 돼 있다"며 "자신의 명의 또는 배우자, 지인들과 공동으로 유사한 시기에 이 지역 토지를 동시에 매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부 필지 자료만 특정해 찾아본 결과다. 광명·시흥 신도시 전체로 확대해 배우자나 친인척 명의로 취득한 경우까지 조사하면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김태근 민변 민생경제위원장은 "이 사건 제보 내용을 확인하며 '강남 1970'이란 영화가 떠올랐다. 마치 LH공사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신도시 토지 보상 시범사업을 하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라고 비판했다.

김남근 변호사(참여연대 실행위원)는 "공사 직원들이 개발이 예상되는 지역에 사전투기 행위를 한 것은 매우 충격적"이라며 "이 사건의 본질을 볼 때 다른 신도시 지역에도 이런 부패 행위들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이강훈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은 "이런 행태가 반복된다면 공공주택사업의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불신은 커질 수밖에 없고 수용 대상 지역에서 오랜 기간 거주하거나 생계를 유지하다가 토지를 강제로 수용당하는 주민들은 심한 박탈감을 느낄 것"이라면서 "LH 공사 직원들의 이러한 행위는 부패방지법상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업무상 비밀이용죄에 해당된다"고 했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해당 의혹을 추가로 주시하고 모니터링하는 한편 LH와 국토교통부가 자체 감사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부패방지법, 공직자윤리법상 이해충돌 방지 의무 등의 위반으로 형사고발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이들 단체는 "감사원 감사뿐만 아니라 공사, 국토교통부가 철저한 자체 감사를 실시해 직원들의 비위 행위를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와 민변은 지난달 24일 신도시 지정 직후 투기 의혹 제보가 들어와 분석에 착수했다. 이들은 제보 지역에서 2018∼2020년 거래된 토지를 대상으로 무작위로 몇 필지를 선정해 소유 명의자를 LH 직원 이름과 대조한 결과 이 같은 정황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광명·시흥 지역(1271만㎡)은 여섯 번째 3기 신도시로 선정된 곳이다. 광명시 광명동·옥길동과 시흥시 과림동 일대에 7만호가 들어설 예정으로, 3기 신도시 최대 규모다.

국토부는 해당 의혹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위법행위가 발견되면 즉시 수사의뢰와 고소, 고발 등의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LH도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