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 25일, 방탄소년단(BTS)은 신곡 ‘다이너마이트’ 안무 영상을 최초로 공개했다. 이들이 선택한 무대는 음악방송도, 유튜브 등의 동영상 플랫폼도 아닌 3인칭 액션슈팅(TPS) 게임 ‘포트나이트’였다. 무대에 참석한 이용자들은 함께 춤을 추거나 감상을 공유하며 행사를 즐겼다.
포트나이트를 통해 신곡을 공개하거나 콘서트를 개최한 세계적인 가수로는 트래비스 스콧, 영 서그, 노아 사이러스 등이 있다. 트래비스 스콧의 게임 콘서트에는 1230만 명에 달하는 이용자가 관람객으로 참석했다. 게임이 단순히 이용자 사이의 경쟁이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을 넘어 현실에서 즐길 수 있는 각종 사회 작용을 구현한 새로운 대체 현실, ‘메타버스’ 산업으로 변신하고 있는 사례다. 초월(meta)과 현실(universe)을 혼합한 메타버스는 트렌드 변화에 민감한 자본시장에서 하나의 투자 테마로 부상했다. 로블록스와 텐센트뮤직처럼 직접 메타버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물론 관련 기기를 제조하거나 기술 인프라를 제공하는 기업들의 기업 가치가 급등하고 있다. 메타버스 플랫폼은 게임·엔터가 선점
오는 10일 뉴욕증시에 상장하는 게임사 로블록스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메타버스 열풍의 중심에 서 있다. 로블록스는 사용자들이 직접 게임을 제작하고 교환, 이용할 수 있는 일종의 플랫폼 게임이다. 게임상의 모든 거래는 로벅스라는 가상화폐를 매개로 이뤄진다. 코로나19로 게임에 소비하는 시간이 급증한 19세 이하 어린 게이머 사이에서 로블록스는 큰 인기를 끌었다. 로블록스 발표에 따르면 작년 3분기 기준으로 게임을 매일 하는 이용자는 3620만 명, 한 달에 한 번 이상 하는 이용자는 1억5000만 명에 달한다. 로블록스는 투자자들의 관심을 반영해 상장 초기 주가 변동성이 큰 기업공개(IPO)에서 직접 상장(Direct Listing)으로 선회했다. 상장 주관사를 통해 기관에 배정하는 절차를 생략하는 방식이다. 르네상스캐피털이 예상한 로블록스의 기업가치는 290억달러로, 지난해 매출의 31배에 이른다.
엔터테인먼트 기업 텐센트뮤직도 메타버스 분야에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텐센트뮤직은 지난해 11월 미국의 가상 콘서트 전문기업 ‘웨이브’ 지분을 사들였다. 웨이브는 존 레전드, 린지 스털링 등 유명 가수들의 온라인 콘서트를 주최해 해당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텐센트뮤직은 웨이브 투자 이후 자신들의 TME 라이브 플랫폼에 웨이브 플랫폼 및 기술력을 활용할 계획이다. 텐센트뮤직 주가는 웨이브 투자 이후 약 5개월간 74.31% 급등했다.
메타버스 밸류체인에 투자하라전문가들은 메타버스 게임 및 서비스의 인기가 코로나19로 인한 단발성 호재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병화 KB증권 연구원은 “트래비스 스콧은 2019년 투어를 통해 18억원 정도의 수익을 올렸는데, 포트나이트 콘서트를 통해 얻은 수입은 216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물리적인 시공간을 초월해 소비자를 확보하고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메타버스 산업은 하나의 메가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테마에 투자하기 위해 테슬라를 비롯한 완성차 제조사는 물론 2차전지와 각종 부품, 핵심 소재 기업에 투자하는 것처럼 메타버스 산업에 투자할 때도 하나의 게임이나 서비스에 투자하는 것을 넘어 밸류체인의 각 단계에 있는 기업에 투자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메타버스 투자 포트폴리오의 핵심 기업으로 로블록스와 유니티소프트웨어,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소니, 텐센트뮤직, 알리바바를 추천했다. 유니티소프트웨어는 세계 모바일 게임의 42%가 개발에 사용하는 유니티 게임엔진 제작사다. 페이스북은 가상현실(VR) 기기 제조사인 오큘러스의 모기업이고, 마이크로소프트는 로블록스와 함께 메타버스 게임의 양대산맥인 ‘마인크래프트’를 보유하고 있다.
■ 메타버스
초월(meta)과 현실세계(universe)의 합성어. 게임이나 프로그램, 앱 등을 통해 이용자들이 상호 물품 거래나 창작 등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말한다. 과거 게임은 게임회사가 제공한 규칙대로 이용자가 잘 적응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메타버스에서는 이용자가 게임의 룰을 정하고, 게임 화폐를 현실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이용자들이 현실과 동일하게 가치를 창출하고 이에 따른 보상도 받을 수 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