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킬로이·소렌스탐…美골프대회 '검빨 패션' 통일한 이유

입력 2021-03-01 14:38
수정 2021-03-31 00:04

세계 최정상급 프로 골프 선수들이 '검정색 하의와 빨간색 상의'를 통일해 입고 경기를 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통상적으로 같은 조 선수들끼리는 같은 색상 옷을 피하는 관행과 정반대의 행보다. 선수 생활 최대 위기를 맞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6·미국)를 응원하기 위해 뜻을 모았기 때문이다. '검빨' 패션으로 필드 나선 선수들…"우즈에 대한 오마주"
골프 경기 같은 조에서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같은 색의 옷을 입고 경기에 임하는 모습은 매우 드물지만 이날은 달랐다.

1일(한국시간) 열린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워크데이 챔피언십, 미국프로골프(PGA) 푸에르토리코 오픈,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게인브리지 LPGA 최종 라운드에서는 검정색 하의에 빨간색 셔츠를 착용한 선수들이 필드를 채웠다.

이같은 '검정색 하의와 빨간색 셔츠' 패션은 우즈가 대회 최종 라운드 때마다 착용하는 패션이다. 우즈가 출전하는 경기에서는 최종 라운드에 다른 선수들이 검정 바지와 빨간 셔츠를 입지 않는 것이 업계의 분위기다.

그러나 반대로 이는 이날 코스에는 검빨 패션으로 나선 선수들로 필드가 가득 찼다. 차량 전복 사고로 중상을 입은 우즈의 쾌유와 필드 복귀를 염원하는 응원의 메시지를 담은 행보다.

골프위크는 이에 대해 예술과 문학에서는 존경하는 작가와 작품을 재현하는 '오마주'와 같다고 평가했다.

특히 세계랭킹 1위를 한 저스틴 토머스(미국),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제이슨 데이(호주) 등 선수들은 한결같이 검정 바지에 빨간 셔츠를 착용했다.

워크데이 챔피언십 디펜딩 챔피언인 패트릭 리드(미국)와 토니 피나우(미국), 토미 플리트우드(잉글랜드)도 같은 패션으로 나섰다. 스코티 셰플러, 제이슨 코크랙(이상 미국) 역시 빨간 셔츠에 검정 바지를 입고 대회에 임했다.

매킬로이, 셰플러, 리드, 코크랙은 워크데이 챔피언십에서 톱10에 입상하며 시선을 한몸에 받았다.

13년 만에 LPGA투어 대회에 나선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 역시 검정 치마에 빨간 셔츠를 입고 최종 라운드에 나섰다. 소렌스탐의 캐디를 맡은 남편 마이크 맥지와 아들 윌도 검빨 패션으로 응원의 마음을 전했다.

대회 진행 요원과 대회 관람객도 검정 하의와 빨간 셔츠를 입어 우즈를 응원했다.

푸에르토리코 오픈 경기진행요원은 이날 전원이 빨간 셔츠와 검정 바지를 착용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제한적으로 입장한 관람객 상당수도 같은 패션을 착용했다.

우즈와 같은 브리지스톤 볼 계약 선수인 브라이슨 디섐보(미국)는 'TIGER'가 새겨진 볼로 최종 라운드를 치렀다. 우즈 "역경 이기는 데 큰 힘"
동료와 팬들의 응원을 접한 우즈는 감사의 뜻을 표했다.

우즈는 타이거 우즈 재단 트위터를 통해 "오늘 TV를 틀었다가 온통 빨간 셔츠를 입은 광경을 보고 너무나 큰 감동을 받았다"며 "역경을 이겨내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면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그는 "선수와 팬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우즈는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오전 7시12분께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에서 현대자동차의 럭셔리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80을 몰고 내리막길을 달리다 전복 사고를 당했다. 사고는 우즈의 과속 운전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앞서 이 사건을 수사하는 미국 경찰은 "불행한 사고였다"며 형사 범죄가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골프 황제의 커리어가 끝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섯 번째 허리 수술을 받고 회복 중에사고로 두 다리를 크게 다쳤고 발목뼈가 산산조각 난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