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각지에서 주요 프로골프 투어 대회들의 최종라운드가 열린 1일(한국시간). 대회장에선 약속이나 한 듯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6·미국)를 상징하는 ‘레드&블랙’의 물결이 일었다. 최근 자동차 사고로 크게 다친 우즈의 쾌유를 빌며 동료 선수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오마주 행렬’에 동참했다.
이날 열린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워크데이 챔피언십,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푸에르토리코 오픈,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게인브리지 LPGA 최종라운드에서 가장 많이 눈에 띈 의상 조합은 붉은 셔츠와 검정 하의였다. 선수들은 같은 색상의 옷을 피하는 게 관행이지만 이날만큼은 우즈를 기리기 위해 마음을 모았다. 우즈는 대회 최종라운드 때 항상 빨간 셔츠에 검정 바지를 입었다. 빨간색은 그가 다녔던 스탠퍼드대학의 상징색이다.
은퇴 후 13년 만에 LPGA투어 정규 대회에 나선 ‘골프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51·스웨덴)은 검정 치마에 빨간 셔츠를 입고 최종라운드를 치렀다. 그의 캐디를 맡은 남편과 아들도 같은 패션을 장착했다.
WGC 워크데이 챔피언십에선 로리 매킬로이(32·북아일랜드), 제이슨 데이(34·호주), 패트릭 리드(31·미국) 등이 약속이나 한 듯 검정 바지에 빨간 셔츠 차림으로 필드에 나왔다. 우즈와 같은 회사(브리지스톤)의 공을 쓰는 브라이슨 디섐보(28·미국)는 ‘TIGER’가 새겨진 골프공으로 경기했다.
미국의 자치령인 푸에르토리코에서 열린 PGA투어 푸에르토리코오픈에선 진행요원 전원이 검정 하의와 빨간 셔츠를 입고 나왔다. 인원을 제한해 코스에 들어온 갤러리 중 상당수도 우즈의 패션을 입었다.
‘우즈의 영원한 라이벌’ 필 미컬슨(51·미국)도 PGA 챔피언스(시니어)투어 콜로가드클래식 최종라운드에서 검은 스웨터 안에 빨간 셔츠를 입고 나왔다. 애리조나주립대학(Arizona State) 출신인 미컬슨은 빨간 셔츠를 급히 찾다가 어쩔 수 없이 ‘앙숙’인 애리조나대학(University of Arizona)의 셔츠를 속에 입었다. 대회가 애리조나대학이 있는 애리조나주 투산시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미컬슨은 “이 곳에서 구할 수 있는 빨간 셔츠는 (라이벌 대학의) 셔츠밖에 없다”며 “절대 하지 않을 일을 우즈를 위해 하게 됐다. 그가 빨리 회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우즈도 동료들의 응원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우즈는 자신의 재단 트위터를 통해 “오늘 TV를 틀었다가 빨간 셔츠 광경을 보고 너무나 큰 감동을 받았다”며 “역경을 이겨내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 선수들과 팬들에게 고맙다”고 밝혔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