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서 헤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올 들어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백신이 보급되고 있지만 집단면역이 형성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소한 올 하반기까지 국제선 여객 수요 회복은 요원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화물운송으로 ‘깜짝 실적’을 거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도 올해는 화물운임 하락에 따라 작년만큼의 특수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손실만 1조원 넘는 LCC 업계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항공 여객은 전년(1억2337만 명)보다 68.1% 감소한 3940만 명으로 집계됐다. 2000년(4197만 명) 이후 가장 낮다. 항공 여객 수가 4000만 명 밑으로 떨어진 건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3361만 명)과 1999년(3789만 명) 이후 20여 년 만이다. 특히 지난해 국제선 여객은 전년보다 84.2% 급감한 1424만 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여파에도 대형항공사(FSC)와 저비용항공사(LCC)의 실적은 크게 엇갈렸다. 대한항공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동기(12조2917억원) 대비 60.2%에 불과한 7조4050억원에 그쳤다. 하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383억원으로, 전년(2864억원)보다 16.8% 감소하는 수준에서 선방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70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매출은 전년 대비 39.9% 줄었지만 영업손실은 전년(4867억원) 대비 대폭 축소됐다.
비결은 화물운송 덕분이었다. 글로벌 항공사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화물기 운항을 대폭 줄였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오히려 화물수송에 주력했다. 국제선 운항 편수가 급감하자 공급 부족으로 화물운임이 급등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반면 법정관리에 들어간 이스타항공을 제외한 6개 LCC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1조원이 넘는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에 따라 새롭게 출범하는 통합 LCC(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는 4000억원이 넘는 손실을 봤다. 국내 최대 LCC인 제주항공도 작년 335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티웨이항공도 1743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화물 영업에 주력한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과 달리 LCC는 여객 수요에 의존하고 있어서다. ○“수요 살아날 때까지 버텨야”항공사들은 현 상황을 타개할 뾰족한 수단이 없는 상황이다. 백신 보급 확산으로 집단면역이 형성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문제는 집단면역이 형성되더라도 항공 수요 회복으로 연결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수준의 항공 수요가 회복되는 시점을 2024년으로 예측하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KOTI)도 코로나19 발생 직전인 지난해 1월 수준의 항공여객 수요를 회복하는 시점은 일러야 2022년 4월, 늦으면 2023년 6월로 분석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백신을 접종하더라도 ‘V자’형 수요 회복이 일어나기는 쉽지 않다”며 “이때까지 버티는 것이 항공사들의 숙제”라고 지적했다.
항공사들이 올 한 해를 버티기 위해선 무엇보다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 대형항공사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올해는 화물 운임이 급등세를 멈추고 안정세에 접어들면서 코로나19 직전 수준까지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항공사들이 지난해 화물 수요 급증으로 앞다퉈 화물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올해 상환 또는 차환해야 하는 자금만 5조원에 달한다.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상황까지 고려하면 국책은행의 추가 지원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LCC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부분 직원을 대상으로 유급 또는 무급휴직을 시행하면서 비용 절감에 나설 전망이다. LCC업계는 자구책으로 유휴 여객기를 활용한 무착륙 국제관광비행을 잇따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실적 개선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항공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제선 여객 수요가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와 산업은행 차원의 자금 지원이 없다면 LCC가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어프레미아와 에어로케이 등 신규 LCC는 사정이 더욱 절박하다. 두 항공사는 코로나19에 따른 항공기 인도 지연, 항공 수요 감소 등으로 신규 취항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초 이달 초까지였던 신규 취항 기한은 국토부 결정에 따라 올 연말로 간신히 미뤄졌다. 하지만 매달 수십억원의 인건비 등 고정비 지출로 두 항공사의 자본금은 이미 바닥난 상황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