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당선 사업자' 손실…대법 "철도망 지연은 정부가 보전해야"

입력 2021-03-01 10:16
수정 2021-03-01 10:27

예상보다 승객 수가 적어 손실을 입은 신분당선 전철 사업자에게 정부가 손실 일부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실제 운임수입이 낮아진 데에는 연계 철도망 개통 등이 늦어진 정부의 책임이 있다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두산건설·대림건설·대우건설 등으로 구성된 신분당선 주식회사가 정부를 상대로 낸 실시협약 조정신청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일 밝혔다.

신분당선은 구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에 따라 2002년 민간 사업자들이 국토교통부에 신사역~정자역(변경 전 명칭 백궁역)을 잇는 구간의 전철 건설·운영사업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사업은 민간 자본으로 일단 건설한 뒤 소유권을 정부에 넘기되, 사업자가 일정 기간 운영하면서 투입비용과 이익을 회수하는 민간투자(BTO) 방식이었다.

국토교통부는 신분당선이 예상운임수입의 50%를 달성하면 개통 초기 5년간 예상운임수입의 80%를, 6∼10년은 70%를 보전해주는 '최소 운영수입 보장(MRG)' 협약을 맺었다. 사업자가 사업 제안 초기 지나치게 사업성을 부풀리는 관행을 막기 위해 예상운임수입의 50% 조차 달성하지 못하면 운임수입을 보조해 주지 않는 '허들 규정'도 체결했다.

신분당선은 2011년 10월 강남∼정자, 지난해 1월 정자∼광교 구간에서 개통됐다. 하지만 실제 하루 이용객은 예측 수요의 30∼40%에 그쳤다. 사업자측은 신분당선에 연결되는 성남~여수 복선전철, 분당선 선릉~왕십리 구간, 용인경전철 등 당초 기간내 개통되기로 예정했던 연계 철도망 사업이 지연된 점을 예측 실패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정부에 2012~2014년 손실 보전금 1021억원을 청구했다. 정부가 예상 수입의 50%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손실 보전을 거부하자 신분당선측은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연계 철도망 사업 지연, 판교테크노밸리 입주 지연, 경부고속도로의 버스전용차로 확대 시행 등으로 사업예측이 크게 달라졌다는 원고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철 운영요건의 변경이 '정부의 책임이 있는 사유'나 '불가항력 사유로 인한 위험' 등에 해당하지 않고, 사업자가 위험 부담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며 정부 측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2심은 신분당선 측의 주장을 일부 인정해 정부에 286억원의 지급 명령을 내렸다. 재판부는 직간접 연계 철도망 효과가 승객 수요 예측에 반영되지 않았다면 사업자가 예상 운임수입을 적게 예측했을 것이고, 실제 수입이 손실 보전 요건인 '예상 운임 수입의 50%' 기준을 달성할 수 있었다고 봤다.

이에 정부가 연계 철도망 개통 지연에 따른 사업자의 손실 부분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선고했다. 양측은 모두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