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천안함 용사 죽음 홀대하는 게 제대로 된 나라인가"

입력 2021-02-28 11:22
수정 2021-02-28 11:24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8일 천안함 피격 사건 당시 함장이었던 최원일 중령의 전역 소식을 언급하며 "조국을 지키기 위해 차가운 바다에 나갔다가 참혹한 주검으로 돌아온 용사들의 죽음을 홀대하는 나라가 과연 제대로 된 나라겠느냐"면서 정부를 비판했다.

안철수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11년 전 천안함 폭침 당시 함장이었던 최원일 중령이 오늘 자로 전역하신다는 보도를 봤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안철수 대표는 "대한민국을 위해 30년간 헌신하신 최원일 중령의 노고에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면서 "故 천안함 46명 용사와 유가족 그리고 58명 생존 병사들의 명예가 아직 제대로 회복되지 못했기 때문이다"라고 적었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천안함 폭침 주범인 북한에 비굴하고 기회주의적인 태도를 보임으로써 유가족과 생존 장병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줬다"면서 "문 대통령은 취임한 지 3년이 지나서야 지난해 처음으로 ‘서해수호의 날’ 행사에 참석했고, 정경두 전 국방장관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해전 등에 대해 ‘불미스러운 충돌’이라고 표현함으로써 용사들의 숭고한 희생을 폄훼하고 욕되게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권은 천안함 폭침 주범 김영철이 방남했을 때 국빈으로 예우하여 사실상 면죄부를 줌으로써 더 이상 책임을 추궁할 수 없게 만들었다"면서 "‘천안함 북한 폭침은 개그’라면서 음모론을 주장했던 사람을 중앙선거관리위원으로까지 임명했다. 정권의 행태가 이 모양이니 아직도 천안함 폭침이 북한소행이 아니라며 재조사해야 한다는 음모론이 횡행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안철수 대표는 "나라의 부름을 받고 조국을 지키기 위해 차가운 바다에 나갔다가 참혹한 주검으로 돌아온 용사들의 죽음을 홀대하는 나라가 과연 제대로 된 나라냐"면서 "제대로 된 대한민국을 만들려면 나라 위해 목숨 바친 숭고한 희생을 예우함에 있어 한 치의 모자람도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취임 후 처음으로 참석한 2020년 천안함 피격 희생용사 故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는 추모하는 대통령에게 "이게(천안함 폭침)북한의 소행인지, 누구의 소행인지 말씀 좀 해달라"며 "여적지(이제까지를 뜻하는 사투리)북한 짓이라고 해본 적이 없다. 늙은이의 한을 좀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어머니 윤청자 여사는 "사람들이 누구 짓인지 모르겠다고 (한다). 대한민국에서 하는 짓인지 저기(북한)인지 모르겠다고 하는데 제 가슴이 무너진다. 대통령께서 늙은이의 한을 꼭 좀 풀어달라"라고 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걱정 안 하셔도 된다. 걱정하시는 것 저희 정부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최원일 대령님께> 글 전문. 11년 전 천안함 폭침 당시 함장이었던 최원일 중령이 오늘 자로 전역하신다는 보도를 봤습니다. 명예 진급이지만 늦게나마 대령으로 진급하게 되신 것을 다행스럽게 여기며, 대한민국을 위해 30년간 헌신하신 최원일 중령의 노고에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오랫동안 몸담았던 자리를 떠나는 시점에서 최원일 중령의 심경은 매우 무겁고, 복잡할 것입니다. 故천안함 46명 용사와 유가족 그리고 58명 생존 병사들의 명예가 아직 제대로 회복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천안함 폭침 주범인 북한에 비굴하고 기회주의적인 태도를 보임으로써 유가족과 생존 장병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주었습니다. 문 대통령은 취임한 지 3년이 지나서야 지난해 처음으로 ‘서해수호의 날’ 행사에 참석했고, 정경두 전 국방장관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해전 등에 대해 ‘불미스러운 충돌’이라고 표현함으로써 용사들의 숭고한 희생을 폄훼하고 욕되게 했습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이 정권은 천안함 폭침 주범 김영철이 방남했을 때 국빈으로 예우하여 사실상 면죄부를 줌으로써 더 이상 책임을 추궁할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천안함 북한 폭침은 개그’라면서 음모론을 주장했던 사람을 중앙선거관리위원으로까지 임명했습니다. 정권의 행태가 이 모양이니 아직도 천안함 폭침이 북한소행이 아니라며 재조사해야 한다는 음모론이 횡행하고 있습니다.

나라의 부름을 받고 조국을 지키기 위해 차가운 바다에 나갔다가 참혹한 주검으로 돌아온 용사들의 죽음을 홀대하는 나라가 과연 제대로 된 나라이겠습니까? 국가가 국가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니 유가족과 생존 장병들은 아직도 패잔병이라는 비난과 각종 괴담, 음모론에 시달리고 있는 것입니다. 정말 못난 정부, 못난 나라 아닙니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고 비통한 심정으로 살아가고 있는 유가족과 생존 장병들에게 국가가 고마움을 표시하고 위로하여 이분들이 떳떳하게 가슴 펴고 살아가는 진짜 제대로 된 국가,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것은 지난 10년 동안 가짜뉴스와 싸우면서 온갖 마음 고생을 다한 최원일 중령만의 숙제가 아니고 정치권과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숙제입니다.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어야 합니다. 강력한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합니다. 다시는 대한민국의 아들딸들이 북한의 도발로부터 희생당하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제대로 된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합니다. 나라 위해 목숨 바친 숭고한 희생을 예우함에 있어 한 치의 모자람도 없어야 합니다.

직접 마주하지는 못하지만, 못다한 숙제를 남겨두고 군을 떠나는 최원일 중령의 착잡한 심경을 글로나마 함께 나누고자 했습니다. 많은 아쉬움과 회한이 남으시겠지만, 앞으로는 마음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내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최원일 대령님,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